너무 애쓰지 말자.
큰 아이가 2월에 졸업을 한다. 참으로 감개무량이다.
중간에 코로나도 겪었던 그야말로 격변의 초등시절이었다.
우리 아이가 친구들이랑 잘 못 어울릴까 봐 내가 전전긍긍했던 기억이다.
가장 손 많이 간다고 하는 말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하교 시간이 빨라, 오후 시간을 방과 후와 학원으로 때워야 했던... 더군다나 학원은 픽업이 가능해야 한다는.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초1은 픽업이 되는 피아노학원이나 태권도, 영어학원이 필수처럼 돼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단축근무라서 아이를 4시 반쯤 픽업하러 갔는데, 4시 반부터 1시간 바짝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릴 수 있었다. 놀이터에서 보초 서다 보면 자주 보는 엄마들과 인사도 하고, 카톡친추도 하면서, 숙제나 준비물 물어볼 엄마들도 사귈 수 있었다.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에게도 6년 동행할 친구를 찾아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휴직 고민하다 단축근무를 결정했던 사연을 소개한다 https://brunch.co.kr/@leeseola/84
1~2학년 때는 엄마가 '누구랑 같이 놀아봐'라고 부탁하면, 싫든 좋든 같이 껴서 놀아보려고 노력이라도 하는데... 3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아이들이 자기 취향대로 마음 맞는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하고, 여자아이들 간 미묘한 삼각관계부터 단짝 싸움까지... 일어난다.
특히, 이때는 '엄마 OO가 나랑 안 놀아줘, 학교 가기 싫어'라는 말도 부쩍 했는데, 누가 안 놀아줘?! 빡침부터 받지 말고, 쿨하게 '그럼 다른 친구랑 놀아', '왜 안 놀아준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식으로 상황파악을 먼저 해보자.
아이들의 오해가 난무하고, 엄마들의 성급함이 뒷받침되면, 싸움 난다;; 여자 아이들이 단짝을 이루기 시작하면, 엄마가 개입해서 잘 해결되기가 어렵다.
'같이 놀아야지'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10대의 시작이라고나 할까?
우리 아이는 단짝이 없었다. 아이들이 둘둘이 다니는데 단짝이 없어서 조금 속상해해서, 괜찮다고 늘 다독여줬었다. 단짝 생기면, 화장실도 같이 가야 되고, 어디든 같이 가야 되고, 등교 같이 하자하고,,, 엄청 귀찮다~ 엄마도 친구는 많았는데 단짝은 없었어~
그때, 딱 코로나가 터져서, 등교를 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그 시기가 잘 지나갔다;;
혹시라도 아이에게 생파를 해 줄 계획이 있다면, 그나마 엄마 말을 잘 듣는 1, 2학년 때 하는 것을 추천한다. https://brunch.co.kr/@leeseola/30
이젠 인간관계를 관리한다라는 표현을 써도 될 거 같다.
적당한 관계나 거리를 알고, 나름 '선'이라는 것도 생기고, 싫지만 그냥 참고 같이 지내야 하는 관계도 이해하면서 사회적 동물로 변신한다.
특히, 조별활동이 많아지면서, 이끄는 아이와 따르는 아이가 정해지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 인기가 있는 아이, 체육을 잘하는 아이 등이 어느새 정해져 있음을 인지한다.
요때는 이성친구를 유난히 싫어하는(마치 적인 듯) 경우도 있고, 이성친구와 교제하는 아이도 생기는데,
이때의 이성교제는 '너와 나는 사귄다'라는 정의 수준으로 보였고, 다행히 신기하게도 데이트 같은 건 특별한 게 없었다. 도서관에서 놀라고 했더니 남자친구가 떨어져 나갔는지도... ㅋㅋ
우리 딸 남친의 추억 https://brunch.co.kr/@leeseola/54
이미 3-4학년 때부터 똘똘 뭉쳐온 단짝 그룹이 있다면, 계속 그 결속이 이어졌고,
특별히 그런 사람이 없으면 자기랑 맞는 편한 친구랑 어울리는 것 같았다.
이때부터는 좀 센 애들이 등장하는데, 쎄고 소문을 잘 퍼트리는 애들과는 맞서봤자 피곤하고 손해라며 그냥 맞춰주며 지나가더라.
이미 6년을 봐온 친구들이라 서로 속속들이 알아서 그런지, 배려하고 감안하고 감싸며 지내는 모습이 참 대견했다.
미래에는 학교가 없어지고, 교육은 AI 티쳐가 한다느니 다양한 추측이 있지만,
다른 사람과 어울려 지냄을 배우는 곳으로써는 학교만 한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중학생이 되면 이 견해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아이가 6년간 커가는 것을 보며 관계에 대해서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로도 책으로도 가르칠 수 없는 인간이 갖는 특별함을 배운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낀다.
딸아, 건강한 관계를 맺을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해 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