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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토끼 Mar 14. 2024

엄마가 말했다. 나 코인 있다.

어르신들이 이렇게 투자에 발을 담근답디다.

5년 전 일이다.

아빠 생신으로 친정식구들 모여 점심을 먹는데, 엄마가 말씀하셨다.

"박서방 차 바꿀 때 됐나? 봐 둔 거 있어?"

그게 무슨 소린가 싶어 내가 눈을 끔뻑거렸더니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몰라서" 라며 얼버무리셨다.

(이 땐 좋았지)


그리고 21년, 엄마한테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나 코인 있다."


웬 코인을, 무슨 코인을, 어디서, 어떻게, 얼마에, 지금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들...


환갑 넘은, 자식들 시집 장가보낸 어른들에게, 투자바람이 크게 불었다고 한다. 그 투자바람을 일으키는 동력은, 다름 아닌 자식들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이었다. 자식을 향한 마음과 코인투자? 아무리 생각해도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데...


나중에 10년 후쯤에 코인이 엄청 많이 올라서, 자식들이 '엄마는 코인 한 개도 없어? 코인 쌀 때 뭐 했어' 그런 원망 듣지 말고, 좀 사두라고...;; 울 엄마도 그렇게 코인시장(?)에 발을 들이셨단다. 그렇게 끌어들인 코인쫌알 친구는 새파랗게 물든 코인시장에 새파랗게 질려 투자자 관리를 포기해 버리고, 계정 등 코인 관련 정보를 모두 본인에게 넘겨준 뒤 잠수를 했단다.


그래도 먹튀는 아니니까 다행이긴 한데, 갑자기 난데없이 생긴 코인. 난 비트코인만 알았는데, 레이븐이랜다; 게다가 채굴기(?)도 있으시댄다... 허허... 환갑 지난 엄마가 정말 별 걸 다 하심. 딸이 따라잡기조차 버거운 엄마의 행동력;


문제는 어떻게 지갑에 접속(?)해야하는지도 모른다는 사실. 얼마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로 계정정보만 떨렁 받아서는, 무한검색에 들어간다. 이유도 모르고 하루는 화르르 오르다가, 다음 날은 또 확 꺼지기도 하고... 주식쫌알 남편도 고개를 절레절레. 그리하여 재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 꺼내기에만 집중했다. 로그인하기, 출금하기, 드디어 거래소, 매도까지... Into the unknown~


부랴부랴 본전부터 찾아 엄마한테 드리고, 운 좋게 남은 500만 원은 꽁돈이니 없는 셈 치고 비트코인을 사놓았다. 그렇게 코로나로 돌입했고 코인시장에 격동의 시기가 흘렀다. 코인은 무쓸모라는 말이 돌면서 반토막도 났었고, 누가 샀다고 치솟기도 하고, 우리는 그냥 모르쇠 아니, 정말 몰라서 모르겠다 하고 있었다.


2024년 3월, 지금은 너도 나도 코인 얘기다. 엄마에게 전화 왔다.

"내 말이 맞지, 안 팔걸... 더 살 걸 그랬다"

껄무새 일반인의 하소연이니 한 귀로 흘려들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래도 너무 아쉬워하길래 말해줬다.

"아직 조금 있어"


엄마는 자기 때문에, 내가 돈을 벌었다는 생각에 매우 흡족해하며 전화를 끊으셨다. 자식한테 도움을 줬다는 생각에 그렇게 행복하신가 보다.


코인은 곧 팔 거다. 완전 운으로 지금까지 왔고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니,,, 뉴스에서 얻어들은 대로 반감기가 지나기 전에 그냥 팔기로 했다. 앞으로 코인이 어떤 평가를 받고, 어떤 산업에 맞물려 뻗어나갈지 상상조차 되지 않으니, 내 상상력을 탓하며 여기서 그만하기로 한다. 상상한다 하더라도 과연 들고 있을 수 있을까? 글쎄...


오늘의 교훈 : 하늘이 도왔다. 모르면 손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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