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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울 Dec 22. 2022

서운하다고 말해 봤자다

연애

오늘은 <연인간의 표현>이라는 작은 테두리 안에서, 서운한 감정을 실토하면 왜 손해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연애를 하다 보면 연인에게 서운할 일이 생긴다.


주로 나는 100만큼 사랑하는 것 같은데, 얘는 80만큼 사랑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쉽게 말해 내가 더 사랑하는 것 같은 느낌일 때 그렇다.


예를 들면.


남자는 프로필 사진에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놓는데, 여자는 그냥 자기 사진만 걸어놓는다거나.

사랑한다는 말을 여자는 평소에 먼저 많이 하는데, 남자는 꼭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나도 사랑해."라고 한다거나.


이렇게. 

보통 표현을 누가 더 많이 하느냐? 누가 서로의 관계에 더 신경 쓰고 있느냐? 에서 서운한 감정이 생기기 쉽다.

내가 '을'이고 상대방이 '갑'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서운한 감정을 바로 이야기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연인 간에 서운한 점은 쌓이기 전에 그때그때 풀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남자든 여자든 반드시 알아두었으면 하는 건, 그렇게 서운한 점을 구체적으로 말해버리고 나면 그때부터 당신은 정말로 을의 연애를 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누가 먼저 말을 하느냐도 중요하긴 하지만, 말을 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



서운하다고 말하지 마라.



가령 위 예시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여자가 항상 더 먼저 하고, 남자는 그제야 "나도 사랑해."라고 하는 커플이 있다고 해보자.


이때 어리숙하고 연애를 잘 못하는 여자와, 성숙하고 연애를 잘하는 여자의 반응은 서로 다르다. 


어리숙한 여자라면 

"왜 너는 먼저 사랑한다고 말을 안 해..? 사랑한단 말은 항상 나만 먼저 하는 것 같아. 더 표현해 줘."

라고 남자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해버릴 것이다.


이렇게 말을 하면 남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적어도 이 커플이 서로를 사랑하는 감정의 크기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남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얘는 나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앞으로 일부러라도 먼저 사랑한다고 해야겠네.'


이 정도가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여기까진 좋다. 연애는 서로 노력하는 것이고 맞춰나가는 것이니까.

다음 통화나 만남 때부터는 남자가 사랑한다는 말을 먼저! 하곤 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여자는 자신이 서운하다는 말을 먼저 말을 했기 때문에 남자가 먼저 사랑한다고 해주는 걸 알고 있고.

남자는 여자로부터 서운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먼저 사랑한다고 의식적으로 해준다는 점이다.


포인트는, 남자가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관계의 균형이 남자에게 기울어져 있다는 말이다.

이후, 연애를 하다가 여자가 한 번이라도 남자의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했다고 해보자. 

뭐, 남사친을 만나고 온다고 하더니 연락이 2시간 동안 안 됐다고 쳐보자.


그러면 남자는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는 노력했는데 얘는 왜 노력을 안 하지?'

이처럼 부채의식과 비슷한 감정이 생기기도 하고, 


'나는 네가 해달란 대로 해줬는데, 이제는 안 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여자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먼저 하는 빈도를 줄이거나 아예 안 해버릴 수도 있다.

그러면 당연히 여자도 남자친구가 좀 바뀌었다는 걸 느낄 것이다. 


이때부터 파국이다.


남자는 자신이 노력한 것에 비해 돌아오는 것이 적다고 느낄 테니 투자를 회수한 거고.

여자는 남자의 투자가 줄어든 것을 눈치챌 테니 다시 서운하거나, 남자친구가 어느 부분에서 화났는지를 알고 싶을 것이다.


트러블의 빌미가 생긴다는 말과 같다.


뭐, 사람마다 아주 다양한 반응이 있을 테지만,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선에서 예시를 들면 그렇다.

그렇다면 성숙한 여자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간단하다.


"서운하다."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면, 여자가 먼저 사랑한다는 말의 빈도를 줄이거나 안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자연스레 남자가 그 점을 느낄 것이고, 그 점에 대해서 말을 꺼낼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남자가 먼저 "요즘은 사랑한다는 말 잘 안 하네?"라고 가볍게 물어보는 경우에는


"사랑하는 만큼 말하고 있는데~?"


이렇게 대답하면 된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볍고 진지하지 않게 말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자연스레 남자가 자신이 조금 더 표현을 해야겠다고 알아서 생각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 남자가 말을 안 하는 경우에는(이게 남자가 더 성숙한 경우이다) 알아서 자신이 먼저 사랑한다고 말을 하려고 고칠 것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남자가 알아서 고친다'라는 점이다. 

여자의 요구에 의해서 '해주는'게 아니라, '알아서' 고친다는 것.


결론적으로.


서운하다는 말을 해 봤자 을이 되기만 하고 얻는 건 별로 없다.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질 경우는 별로 없다. 설령 일시적으로는 서로의 관계가 더 가깝게 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관계의 추가 기울어 갑과 을의 연애가 되기 십상이다.


그리고 사실, 애초에 표현을 누가 더 하느냐 같은 문제로 서운하다고 말을 하는 사람과의 연애는 어쩔 수 없이 피곤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 사람은 연애를 많이 안 해봤을 확률도 높다.




워낙 구체적인 예를 들며 주관적인 글을 썼기에 찬반이 엇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성숙한 연애를 하고 싶다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점이다.


못 믿으시겠다면, 그냥 다 솔직하게 말해보시라. "너 왜 이런 거 안 해줘?" "나 이런 거 서운해." "항상 나만 하는 것 같아."

그리고 상대방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라.


결과는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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