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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솔길 Aug 10. 2018

입술을 깨물다

EDM

상혁은 멍하니 있다가 소낙비를 맞은 듯 쏴아하고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실컷 촬영이 끝났는데 사진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고 인화를 하지 않겠다고?


"계약서상 잔금을 받지 않는 걸로 치고 600만원의 70퍼센트 420만원은 그럼 환불이 불가능합니다."

"네, 그거 그냥 가지세요. 필요없어요."

"아니요, 계좌번호 알려주세요. 저희가 진행비 100만원 빼고, 나머지는 보내드리죠. 어그러져서 이거 저희로서도 죄송합니다. 변덕이 심하시네요.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계약서상으로 마무리짖죠."

"괜찮아요. 제가 그쪽 사정 모르는거 아닌데 가지세요."

"??? 저 사진에 자존심 걸고 찍는거지 돈 몇푼 벌자고 그런 사람 아닙니다."

"돈 싫다는 사람 없잖아요?"

"내가 거지냐?"


상혁은 한차례 거래처 드레스숍 원영과 실타래를 풀려다 더 엉켜버리고 나서 기분도 꿀꿀하니 엄한 채연을 또 시켜먹기 시작했다.


"거기 너, 커피 좀 타와. 밀크라떼로 시럽도 넣어서."

눈치없는 채연도 월급 받는 처지에 이제는 상혁의 시중쯤은 들어줘야겠다싶어 커피를 만들었다.

"자, 여기. 나 음악좀 틀어도 되지?"

줄담배를 피운듯한 찌든 얼굴의 상혁은 그러든지 말든지 눈에  촛점이 흐려져 헤롱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채연이 신나는 클럽 음악을 틀고 머리를 돌리며 헤드뱅잉을 하자 상혁은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 그런 채연을 보기만해도 흐뭇하니 스트레스가 풀린다.

"요번주 금욜 저녁 홍대서 클럽데이라 밤새 놀건데 너도 데리고 가줄까??"

채연이 상혁에게 클러빙 제안을 하자 상혁은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지한다.

"야, 다 큰 애가 미쳤어?? 그리고 거기 물 흐린다고 넌 입구에서부터 커트 당할걸?"

"너 춤 못추지? 그치? 그래서 못가니까 나까지 못가게 하는거잖아?? 괜찮아 지금 연습해봐, 내가 좀 알려줄께!!"

채연은 축 늘어진 상혁의 팔을 들어 올리자 의외로 상혁은 민해경 춤을 맛깔나게 춘다.

"어우~~뭐야~~~"

채연은 혼자 잘놀고 있었다가 상혁의 올드한 춤에 힉업해서 눈살을 찌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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