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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이란 Dec 01. 2020

내 생각 말하기의 어려움

토론 수업은 진짜였다.

학교 자체 온라인 강의 플랫폼, 학생과 교수님의 정보는 가림 처리했다


"오늘 한 마디도 안 한 것 같은데, 논문에서 흥미로웠던 점 없었니?"


수업이 끝나기 10분 전, 교수님의 한마디가 나의 골을 울렸다. 그와 동시에 동기인 마틴이 "그냥 아무거나 중얼거려!!!"라고 개인 메시지를 보내왔다. 학부 때 발표만 맡아서 하던 내가 아닌가. 아무 말이나 있어 보이게 말하는 건 자신 있었지만, 훅 들어온 질문에 정말 "아무 말이나" 해버리고 말았다. 이후 마틴에게 쿨한 척 과한 웃음으로 답하고 이내 밀려오는 자기 혐오감에 눈물이 고였다. 살면서 수업 시간에 조용해서 이름 불린 적은 없었는데, 첫 경험은 쓰라린 상처를 남겼다.


경제와 거리가 멀어서 이번 기회에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호기롭게 신청한 동아시아 경제사 수업. 이 수업에서 나는 열등생이다. 읽기 자료나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가르쳐 주는 대로 배우는 것에 더 익숙한 나는 능동적으로 공부하는 데에 서툴렀던 것이다. 다시 말해, 이해한 내용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나눌 "나의 의견"이 없었고 당연히 더 알고 싶은 것도 찾지 못했다. 비겁하지만 나는 지금껏 내가 받은 교육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능동적인 학습은 무엇일까?


다른 동기 메나의 응원, 동기들의 응원은 큰 힘이 된다


내가 생각하는 능동적인 학습은 "관심 갖기" 그리고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이다. 이곳에 와서 "외국 애들"과 공부하며 가장 크게 느낀 차이점은 바로 세상에 얼마나 많이 관여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에 따르면, 이 친구들은 역사, 정치, 문화, 언어, 시사 등 세상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매체로부터 정보를 아낌없이 흡수하여 자신의 의견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부터 토론이 익숙한 이들은 틀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틀리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걸 경험적으로 아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나는 교수님이 질문하면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정답을 찾느라 머리를 쥐어짜기 시작한다. 내가 고생하는 동안 이들은 이미 유튜브에서 본 것, 다른 친구한테 들은 말 등 질문과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더라도 무엇이든 생각해왔던 대로 쏟아낸다. 그러면 내가 할 말을 찾기도 전에 토론은 이미 진행되고 교수님은 그 친구들이 한 말들을 토대로 더 심도 있는 지식을 접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렇게 내가 입 밖으로 꺼내려고 했던 알량한 정답은 다듬어지지 못하고, 나는 배움의 기회를 잃는 것이다.


인문학도라면 마땅히 사유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며 생각을 확장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평화주의자라는 이름 하에 토론을 피하고, 완벽주의자라는 변명으로 오답을 두려워했던 나는 얼마나 많은 지식을 놓쳐왔을까. 알고자 하는 자, 더 부지런해지고 용감해져라.


'내 생각 말하기의 어려움'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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