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최근까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자본주의라는 카지노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글들을 차려냈습니다. 감사하게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제 서랍을 열어보셨고, 그 날것의 맛에 기꺼이 라이킷이라는 팁을 내어주셨습니다.
하지만 요리사로서,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지키고자 하는 철칙이 하나 있습니다.
"좋은 재료가 없으면 불을 켜지 않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내 안의 것을 깎아내어 접시 위에 올리는 출력(Output)의 과정이었습니다. 최근 저는 그 출력의 과정에서 잠시 멈춰 섰습니다. 내 안의 것을 억지로 쥐어짜기보다, 비어있는 곳을 새로운 지식과 삶의 경험으로 채워 넣는 입력(Input)에 더 큰 허기를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조회수나 연재일이라는 강박에 쫓겨, 육수에 물을 타듯 억지로 글의 양을 늘리는 짓은 제 성정에 맞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제 현실의 삶은 이미 충분히 단단하고 행복하기에, 굳이 저 스스로에게 불필요한 마감의 족쇄를 채울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여, 오늘부로 스스로 정해두었던 '월/목 연재'라는 영업시간 약속을 거둡니다. 지금까지 연재된 글들은 하나의 브런치북으로 묶어 발간해 두었습니다.
물론 펜을 꺾는 것은 아닙니다.
당분간은 다시 본업의 주방으로 돌아가 묵묵히 칼을 잡겠습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엔 새로운 공부를 하며 머릿속을 낯선 데이터들로 채워 넣을 생각입니다.
그렇게 조용히 삶을 끓여내다 보면, 어느 순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냄비가 끓어넘치는 날이 오겠지요. 그때, 가장 날 선 문장들을 잘 다듬어서 예고 없이 찾아오겠습니다.
정해진 요일은 없지만, 가장 맛있는 타이밍에 다시 뵙겠습니다.
그동안 정기 연재를 따라와 주신 독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이시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