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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이슬 May 26. 2022

태어나려는 자는 '틀'을 깨야 한다

틀 깨기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와 같아요

태어나려는 자는 틀을 깨야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하나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요거 참 익숙한 문장이죠? 제가 참 좋아하는 헤르만 헤세 『데미안』의 구절이에요.


오늘은 디자인 비전공자였던 이십대 청년 황이슬이
모던한복을 대표하는 17년 업력의 리슬 브랜드를 창업할 수 있었던 동력, '틀 깨기'에 대해 이야기할까 해요.


한복을 직접 만들어보고, 그것을 입고 집에 간 것, 그리고 팔아본 것.

대단치 않지만 이 세 가지 행동이 황이슬을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한 주요 사건인데요. 한 번의 해프닝으로 멈추지 않고 연속적으로 '틀 깨기'를 시도한 덕분에, 내 꿈과 비전으로 연결된 것이죠.



아이디어가 아닌 실행력

텀블벅에서 펀딩 중인 [리슬 x궁] 콜라보 한복


"만화 <궁>에 나온 것 같은 독특한 한복이 있었으면"
이 생각은 아마 많은 분들이 해보셨을 거예요. 흔하게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인데, 왜 리슬이 최초의 브랜드가 됐을까요? 아마 아무도 입지 않을 거라는 짐작 + 사업에는 두둑한 자본이 필요하다는 '틀'을 만들고 그 속에 실천할 용기를 가둬버렸기 때문이겠지요. 저는 틀 깨기를 시도하였기에 '흔한 아이디어' 임에도 그것을 '실현한 유일한 사람' 이 되었습니다.


스무 살 한복 브랜드를 창업할 때 제 수중에는 4만 5천 원이 전부였습니다. 그 돈으로 사업자를 내고, 핸드폰 카메라로 '가족들을' 모델 삼아 쇼핑몰을 창업하였지요. 수요를 확인한 순간 놓치지 않고 내 꿈으로 붙잡아 버렸습니다. 하려고 마음을 먹으니, '안 되는 이유'는 사라지고 '되게 하는 방법'이 보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한복은 이 분야에 오랜 시간 몸담아온 연륜있고 명망 있는 기술자 선생님들의 성역이었으나, 저는 '시퍼런' 젊음과 패기가 오히려 무기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능숙한 인터넷 활용으로 시장 반응과 트렌드를 빠르게 읽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었으니까요. 매장에서 치수를 재며 맞춰입기보다 온라인으로 뚝딱 주문하는 게 편한 젊은 세대를 위한 한복 시장이 없었는데, 어쩌면 제가 그 길을 최초로 개척할 수 있겠더라고요.


열악한 재료 수급 환경도 오히려 기회였습니다. 창업 초기엔 자본이 없다 보니 이불 매장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통해 자투리 원단을 받아 한복을 만들었는데요,  한복에 잘 쓰지 않는 질기고 투박한 원단, 패턴을 활용한 디자인이 오히려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들어맞았죠. 작업복으로 입어도 손상이 없고, 세탁기로 휘휘 세탁해도 되니 관리가 쉬웠거든요.



틀을 깨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이십 대 초반에는 한복에 문외한이었기에
한복과 친해지기 위해 "한복 100번입기"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매일매일 한복을 입고 생활하며 한복의 대중화를 연구한 나 홀로 프로젝트이지요.

한복의 대중성을 위해 스스로 '한복100번입기'를 시도하다


확실히 직접 입고 생활해보니 현실 속에서는 어떤 제약이 있는지 알겠더라고요. 밥 먹을 때 넓은 소매가 반찬 그릇에 빠졌고, 급히 화장실에 갈 때는 고름을 풀고 속바지, 속치마를 걷어 올리기 힘들었으며  에스컬레이터에는 긴 치맛자락이 끼일 뻔했죠.

이 경험 때문에 한복을 일상에서 입게 하려면  단순히 디자인만 바꾸는 게 아니라 소재, 가격, 생산방식, 코디네이션 모든 게 바뀌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지요.

2014년 젊은 황이슬. 흘깃 바라보는 시선은 이런 한복이 이전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틀 깨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안락하고 익숙한 둥지에서 벗어나는 수고로움도 감수해야 하고,

주변 시선에 맞설 용기도 갖춰야 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만큼 내 경험과 세상이 늘어난다는 이야기지요.


내 한복을 특이하게 보던 시선들에 주눅 들지 않고 역으로 이용해 세일즈를 했습니다. 시선에 맞선다고 생각하지 않고 거꾸로 시선을 얻는다고 생각했지요.  미니스커트와 짧은 반팔을 보고 더러 "그게 무슨 한복이냐"는 눈초리도 돌아왔으나 저는 이 시선을"이런 한복을 판매하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따로 마케팅을 한 것도 아닌데, 한복을 입고 생활하는 저를 보고 '특이하다'며 언론사와 미디어에서 취재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고, 방송을 보고 "이런 한복도 있었네?" 라며 리슬을 사기 위해 먼 타지에서, 해외에서 매장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죠. 용기와 시도가 점철된 결과, 경제 불황에도 꾸준히 성장해 연매출 10억대를 유지하는 브랜드 '리슬'을 만들었습니다. 틀 깨기의 엄청난 성과들이죠!



스무 살 때 처음 만든 코스프레 한복

한복 비전공자였던 소녀,

한복 코스프레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모던 한복 1위 브랜드이자
세계 53개국에 한복을 수출하는 '리슬'의 CEO로 성장했습니다.


틀 깨기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와 같아요, 틀을 깨면 무언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와 가치가 생겨납니다.

아무도 하지 않은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도전을 하란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가 해보지 않은 일"을 시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해볼까?" 생각만 하고 접어뒀던 일. "이런 게 있으면 좋을 텐데" 싶은 일이 있다면 한번 꺼내보십시오.

 


두 번째 자서전을 출판합니다!



축하해주세요! 제가 두 번째 책 출판 계약을 했답니다. 올 한 해 목표 중 하나가 책 쓰기였는데요, SNS에 꾸준히 일상을 기록한 결과 감사하게도 여러 출판사에서 연락을 주셨어요.  그중 가디언 출판사와 계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가디언 출판사와 계약한 이유는, 편집자님이 저를 오랜 시간 지켜봐 주신 '리슬러'였기 때문이에요.  


본업이 디자이너다 보니, 한창 제품 개발로 바쁜 시기 매체에서 인터뷰나 강연 연락이 오면.. 정중히 거절하곤 하는데 '리슬러'라고 하시면 가급적 수락을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저는 리슬러 님들 덕분에 일하고,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한복 입고 홍대 간다가 제 첫째 브랜드 [손짱] 시절의 이야기라면 이번 출판할 책은 손짱 시절부터 리슬까지 변곡점의 이야기들과, 리슬 브랜드를 운영하며 겪은 8년간의 기념비적인 사건들을 디자인 작품 중심으로 풀어낼 예정이에요. 이 한복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직원도 모르고 소비자도 모르고 저만 아는 비화까지...  재미나답니다.  9-10월 출판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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