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리스 신화
그리스 신화는 기원전 9~8세기, 호메로스의 시편(詩篇)이 저작된 시대로부터 기원후 3~4세기에 걸쳐 그리스어를 사용하던 여러 지방에서 일어난 불가사의한 이야기나 전설을 총괄하여 부르는 말이다. 그것은 대단히 풍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명확하게 한정하기에 복잡한 기원과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세계의 정신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①
많은 시인이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시를 썼으며 <그리스 · 로마 신화>를 곳곳에 인용하고 유명한 미술 작품들 역시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에서, 그리스 신화에서 신화(Myth)가 무슨 의미인가를 살펴볼 수 있다. 신화를 뜻하는 그리스어(語) 뮈토스(Mythos)는 사람이 말하는 이야기를 뜻한다. 비극이나 희극의 제재 및 이솝 우화의 주제 또한 뮈토스이다. 뮈토스는 로고스에 대립한다. 즉 감성과 이성, 이야기하는 말과 논증하는 말과의 대립이다.
따라서 광범위하게 고려한다면 뮈토스는 오늘날의 문학과 일맥상통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월러스 스티븐슨(Wallace Stevens)의 가장 위대한 허구, 즉 희랍 신화군체(神話群體)라는② 언급을 떠올릴 수 있다. 이성과 감성, 전설과 역사, 허구와 사실의 구분 따위가 비교적 명확해진 오늘에 와서 그리스의 신화를 거짓말 덩어리라고 매도할 수 없는 이유는 소설의 허구가 그렇듯 당시 그리스인들의 세계관이나 문화와 종교, 지리적 지식을 오늘에 알려주며 위대한 영웅들의 보편적인 인간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신, 제우스와 그의 동생 포세이돈을 비롯하여 신과 인간 사이에 태어난 신인(神人)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유사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신과 인간, 중간에 위치한 신인의 차이는 운명이나 죽음을 주관하는 힘의 유무로 보여진다. 가령 신은 인간의 운명과 죽음을 주관한다. 신인은 제한된 범위 안에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나 곤경에 처했을 때에는 신의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인간은 오딧세우스처럼 영웅일지라도 철저하게 신의 뜻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으며 죽음 또한 피할 수 없다.
신이 등장하므로 당연히 인간으로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괴력이나 신통한 힘이 신화 전반에 걸쳐 매우 흥미롭게 펼쳐져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괴력이나 신통한 힘,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일어나게 하는 원인은 일반적으로 인간적인 신들의 감정에 있다. 따라서 그리스 신화의 신들은 인간화된 신으로 볼 수 있다. 그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사랑과 배신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포기와 체념도 하며 실수도 한다.
이처럼 인간화된 신들의 이야기이므로 신학으로 다루어지지 않고 문학으로 다루어질 수 있다. 숱한 시인들이나 미술가들은 인간화된 신들의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을 게 분명하다.
2.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타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
1) 일리아드
그리스 신화 27장에 「트로이아 전쟁」이라는 소제목으로 시작되는 부분에서 서사시 「일리아드」가 비롯된다. 물론 서사시 「일리아드」에는 트로이아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원인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신화가 전하는 원인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펠레우스(「일리아드」의 주인공인 아킬레우스의 아버지)와 여신 테티스(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의 결혼식 때에 불화의 여신 에리스를 제외한 모든 신들이 초대를 받았다. 에리스는 초대에 제외된 것에 분격하여 결혼식장에 황금 사과를 하나 던졌다. 그 사과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래서 헤라와 아프로디테와 아테나는 각기 그 사과가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우스는 이러한 문제에 판결을 내리기 원치 않아 양떼를 돌보던 파리스에게 여신들을 보냈다. 여신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기 위해 노력했는데, 헤라는 파리스에게 권력과 부를, 아테나는 전쟁에서의 영광과 공명을,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얻어주겠다고 각각 약속한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편들 들어 황금사과를 그녀에게 주었다.
스파르타로 간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환대를 받는데,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인 헬레네를 설득하여 파리스와 함께 트로이아로 출발했다. 헬레네는 메넬라오스의 아내였다.
메넬라오스는 아내를 되찾기 위해 그리스의 여러 족장에게 도움을 청하여 트로이아로 출발한다. 프리아모스는 트로이아의 왕이고 파리스의 아버지다.
트로이아의 전쟁은 결정적인 승패 없이 9년이나 지속되는데 여러 신들이 전쟁에 개입한다. 헤라와 아테나는 파리스에게 자신들의 미(美)를 멸시당해 트로이아 군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고 아프로디테는 그 여신들과 상반된 이유로 트로이아 군 편을 들었다. 아프로디테는 전쟁의 신 아레스를 트로이아 편에 가담하게 했으나 포세이돈은 그리스 편을 들었다. 아폴론은 중립을 지켰으나 때로는 이쪽 편을, 때로는 저쪽 편을 들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에서는 철저하게 트로이아군 편임)
트로이아 군에서는 헥토르가 맹장으로 줄곧 승리를 이끌지만 끝내 그리스의 맹장이자 여신 테티스의 아들인 아킬레우스의 활약으로 죽음을 맞는다. 전쟁은 오디세우스의 지략으로 그리스 군이 만든 거대한 목마(木馬)로 인하여 끝나고 파리스는 독화살을 맞고 숨졌으며 헬레네는 전과 다름없이 메넬라오스를 사랑하여 고국 스파르타로 돌아갔다.
신화는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령 서사시 「일리아드」에는 나오지 않는 트로이아의 팔라디온이라 불리는 아테나의 유명한 조상(彫像)에 관한 이야기라든가, 트로이아로 출전할 것을 부탁하는 메넬라오스에게 오디세우스가 광인처럼 행동했다던가, 그리스의 총지휘관이자 메넬라오스의 형인 아가멤논의 죽음(이 부분은 「오디세이아」에 나온다) 따위가 그것이다.
2) 오디세이아
「오디세이아」(오디세우스의 이야기란 뜻, 오디세우스의 영어 이름은 율리시스)는 29장부터 30장까지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아 전쟁을 끝내고 자기의 왕국인 이타케로 귀환하는 방랑기(放浪期)다.
오디세우스는 처음에 이스마로스라는 종족이 사는 항구도시에 갔다가 주민과 충돌이 일어나 배에서 여섯 명씩의 부하를 잃은 뒤 폭풍우를 만나 표류한 끝에 로토파고스의 나라에 도착한다. 이후 키클롭스의 나라와 아이올로스 섬과 라이스트뤼곤이라는 종족을 상대로 한 모험 끝에 키르케가 살고 있는 아이아이아라는 섬에 도착한다. 여기에서도 모험을 겪고 키르케의 도움으로 다시 출항하게 된다. 그녀의 도움으로 스퀼라와 카립디스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며 많은 모험과 고난과 싸움 끝에 오디세우스는 칼립소에게 도착할 때 쯤 혼자가 되었다. 이때가 되어 비로소 제우스는 오디세우스를 고국으로 돌아갈 결정을 내리고 칼립소에게 오디세우스를 돌려보내라고 한다. 칼립소는 그를 떠나보내기 싫었지만, 제우스의 결정이라 할 수 없이 뗏목으로 그를 떠나보낸다. 하여 그는 파이아케스인의 나라인 스케리아에 도착하게 되고 거기서 많은 선물을 받고 그들의 도움으로 고국에 도착한다.
고국을 떠난 지 20년, 트로이아를 떠난 지 10년 만에 오디세우스는 고향 이타케에 도착해서 아들 텔레마코스와 함께 아내 페넬로페를 괴롭히는 구혼자들을 처단한다. 하여 오디세우스는 다시 궁전의 주인이 되고 그의 왕국과 아내를 소유하게 된다.
3. 호메로스
호메로스(Homeros)는 그리스의 서사시인(敍事詩人)이다. 서구문학의 조종(祖宗)이며 그리스 최대의 시성(詩聖)이다. 생애에 관해서는 오직 유명한 대서사시 「Iliad」와 「Odysseia」의 작자로만 알려져 있다. 일설에는 개인이 아니고 편력시인(遍歷詩人)의 집단명(集團名), 또는 장님인 걸식시인(乞食詩人)이라고도 하고 실재하지 않는 전설적 인물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크세로파네스, 헤로도토스 등의 확실한 증거 및 근대의 역사학문, 고고학적 발견과 연구 및 언어학상의 조사연구(調査硏究)에 의하면 그는 소아시아 이오니아 해변 스미르나의 출생으로 태어난 연대는 기원전 900~800년경이다. 그리하여 「Iliad」와 「Odysseia」가 그의 서사시라는 것이 맞다.
이 두 편은 완전한 예술적 구성으로, 당시 문화에 대한 자주적 존재였고 후세의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으며 그의 이름이 시인의 대명사처럼 되었다. 문학사적인 면에서 호메로스의 가치는 우선 스타일과 플롯의 완벽한 통일성과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정서와 모티브의 파악, 보편적인 견지에서 본 위대한 인물들의 개성화, 인생의 위엄과 쾌락과 비극을 그리면서 특히 죽음의 필연성도 묘사, 종교와 윤리를 뒷날 서구 문명의 주조를 이룬 그리스적인 성격을 바탕으로 방대한 스케일을 건전한 모럴에 의해 하나의 세계관을 이룩하는 데 있다.③
4.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
1) 일리아드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신화와 달리 서사시는 10년 동안의 트로이 전쟁을 모두 다루지 않고 51일간만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신화에서 보이는 트로이아의 목마라든가 아킬레우스의 죽음은 보이지 않는다. 서사시 「일리아드」는 트로이아(Troia)의 맹장 헥토르(Hector)의 죽음과 그의 장례로 끝나는데, 헥토르의 죽음은 곧 트로이아의 함락을 의미하고, 따라서 호메로스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전쟁에 관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서사시 「일리아드」는 절친한 동료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과 (아킬레우스가 친구인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앞에 보인 불타는 복수심) 전리품의 분배로 인한 갈등,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과의 갈등) 초인간적인 힘 (비록 그것이 신의 가호에서 시작하지만) 따위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야기 중간에 많은 부분이 신들의 의지대로 되어가며 인간은 철저하게 신들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는 존재로 등장한다. 물론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아들인 아킬레우스의 용맹성도 그가 신인(神人)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 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 역시 자신 앞에 죽음이 다가왔음을 자각하는데 이는 복수심 때문이다.
전리품에 대한 총사령관 아가멤논과의 갈등으로 아킬레우스는 전쟁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절친한 친구인 파토로클로스의 죽음 앞에서 아가멤논과 화해하고 복수를 결심해 헥토르를 죽여 전차에 매달아 질질 끌고 다닌다. 제우스의 결정으로 헥토르의 시체는 트로이아로 넘겨지지만,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아킬레우스는 다가오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서사시 「일리아드」는 모두 1만 5천 6백 93행이며 아킬레우스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다. 따라서 트로이아 전쟁의 원인이 된 헬레네에 대한 언급이 (세 명의 여신이 황금사과를 놓고 벌인 다툼이라든가, 오디세우스가 팔라디온이라는 조상(彫像)을 훔치기 위해 트로이아 성으로 들어갔을 때 헬레네가 그를 도와준 것이라던가 하는 따위) 없으며 또한 트로이아의 맹장들에 (가령,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헬레네를 남편과 딸을 버리게 하여 트로이아로 데리고 온 파리스가 독화살을 맞는 거라던가 하는 따위) 대한 이야기 보다는 그리스의 맹장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적했듯이 호메로스는 통일된 행동을 바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호메로스는 다른 점에서도 뛰어나지만, 이 점에서도 숙련에 의하였든 천분에 의하였든 바로 이해했던 것 같다. 그는 「오디세이아」를 씀에 주인공들에게 일어난 사건을 모두 취급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오디세우스가 파르나소스 산에서 부상당한 일이라든지 출전 소집을 받았을 때 광증을 가장한 사건은 취급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 두 사건 사이에 필연적 또는 개연적 인과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대신 그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은 통일성이 있는 행동을 주제로 화여 「오디세이아」를 구성했던 것이다. 「일리아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 오디세이아
서사시 「오디세이아」는 1만 2천 1백 10행으로 지혜로운 자로 유명한 오디세우스를 중심으로 한 트로이아 함락 후 10년간의 이야기다.
도입 부분은 신들의 회합에서 오디세우스를 집에 돌려보내 줄 것을 여신 아테네가 제의하여 허락은 얻는다. 하여 7년간이나 바다의 요정 칼립소에게 붙들려 있던 오디세우스가 귀국할 수 있게 된다. 한편 고향 이타케에서는 그의 아내 페넬로페가 수많은 구혼자의 성화를 받으면서도 남편만을 기다리고 있고, 20세가 된 외아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의 소식을 알기 위해 아테네의 도움으로 배를 타고 떠나 필로스의 왕 네스토르와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를 만난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것을 듣지 못한다.
한편 바다의 요정 칼립소를 떠난 오디세우스가 뗏목으로 출항 후 18일 만에 해신 포세이돈에 발견되어 난파당하고 표류 끝에 겨우 파이아키아인의 나라에 상륙한다. 그곳에서 아름다운 공주 나우시카아의 안내로 알키노오스 왕의 대궐에서 대접받으면서 자기가 트로이아를 출발한 후 그날까지 겪은 모든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외눈박이족 키클롭스, 무서운 괴물 스킬라와 카리브딧, 마녀 키르게와 아름다운 노래로 유혹하는 세이레네스(사이렌) 족, 하데스의 집 명부(冥府)에서의 죽은 자들과의 이야기, 태양신 헬리오스의 노여움으로 배와 부하를 모두 잃고 혼자 표류해 도착한 요정 칼립소의 섬 등, 다양하고 끝없는 모험담이 그것이다.
결국 파이아키아인의 도움으로 이타케에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여신 아테네의 도움으로 거지꼴을 하고 시골농장에서 돼지를 치는 충복 에우마이오스를 찾아가 머물지만, 그는 주인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때 텔레마코스도 자신을 죽이려는 복병을 무사히 피해 시골농장에 도착하여 부자는 상봉한다. 하여 재산을 축내는 오만불손한 구혼자들을 처단할 복수를 계획한다. 오디세우스가 거지꼴로 대궐에 들어가자 잔치를 벌이고 있던 구혼자들은 그를 모욕하고 때린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모든 굴욕을 참고 아내 펠레로페에게까지 신분을 숨기고, 집 안에 있는 무기들은 모두 치우는 등 치밀한 계획을 짠다.
펠레로페는 구혼자들에게 활쏘기 시합을 시키는데 그 활은 오디세우스만 당길 수 있는 커다란 활이다. 구혼자들은 활을 당기지 못해 당황한다. 그때 오디세우스가 별로 힘들이지 않고 쉽게 활을 쏘아 도끼의 과녁을 맞히므로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란다. 이것을 신호로 아들 텔레마코스와 두 사람의 충복, 돼지지기 에우마이오스와 양지기 필로이티오스, 그리고 여신 아테네의 도움을 받아 재산을 좀먹고 처자식을 괴롭히던 무례한 구혼자들과 그들과 어울려 놀아났던 방종한 하녀들을 모조리 죽인다. 하여 20년 만에 아내와 오디세우스의 아버지 라에르테스와의 재회의 기쁨을 비로소 나누게 된다. 그러나 죽은 구혼자들의 유족들이 그를 습격하여 위태로운 듯 했지만 여신 아테네가 중재에 나선다. 그들은 마침내 영원한 화평을 얻는다.
3)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의 차이
「오디세이아」는 자매 편인 「일리아드」와 함께 서양 문학 중에서 최고의 서사시이다.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시(詩)라는 뜻이며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아 전쟁에서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겪었던 여러 가지 모험과 난관이 시에 담겨진 주요한 골자이다.
「일리아드」는 트로이아 원정 때의 전사(戰士)들의 무용담과 전투 장면 등 전쟁 중의 사건이 주요 이야기인데 반하여 오디세우스는 전쟁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일리아드」의 속편 격이다.
두 서사시의 서술적 차이라면 「일리아드」는 시간적인 순서에 따라 평면적인 서술 방법을 취한 데 반하여 오디세우스는 현재에서 과거로, 다시 현재로 이동하는 입체적인 서술 방법을 취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일리아드」는 전쟁 서사시로서 전쟁에 임한 영웅들의 용맹이나 열정이 흥미의 중심이 되나 「오디세이아」는 처참한 전쟁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이며 마지막 오디세우스의 복수 장면을 빼면 전편이 평화스러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흥미의 초점은 주인공이 긴 방랑 중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나라들과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풍속과 습관 등을 보고 다니면서 겪은 온갖 괴이한 경험과 모험에 있으며, 왕비 페넬로페의 정절(貞節), 부부간의 애정과 부자간의 의리 등 가정적인 요소까지 곁들여져 있다.
그리고 묘사를 통하여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것은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지모(智謀), 용기, 침착성, 적응 능력이다. 따라서 「일리아드」가 트로이아 전쟁을 주제로 한 시라면 「오디세이아」는 어디까지나 모험과 애정과 영웅의 성격을 주제로 삼은 시이다. 「오디세이아」가 지니고 있는 신기하고 다양한 모험담 때문에 「일리아드」보다 인기가 있고 훨씬 더 많은 독자에게 애송된다.
5. 맺음말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호메로스의 장편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는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화와 민담 혹은 전설을 필요에 따라 첨삭한 것은 작가의 상상력이며 이러한 작가의 상상력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미 지적했듯이 호메로스의 천재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오디세이아」에 사용한 그리스어가 특정 지역의 특정 주민들이 사용하는 지방어가 아니고 호메로스가 필요에 따라 그의 비상한 시적 전채(傳彩)를 발휘한 아름다운 시어(詩語)라고 한다.
신화에서 볼 수 없는 등장인물의 분노와 절망, 실망과 애정이 서사시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호메로스의 두 서사시를 그리스의 신화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왜냐하면 신화 곳곳에 보이는 여러 요소가 가령 인간화된 신이라든가, 신인(神人)의 등장 따위 서사시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리스 신화와 호메로스 서사시의 상관성에 답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준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호메로스는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두 장편 서사시를 썼으며 신화의 불필요한 일부는 무시하기도 했다. 또한 그리스 신화가 보여주는 세계관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데 비록 신이나 요정, 또는 인신이라는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그들의 감정은 신에 가깝다기보다는 인간에 가까우므로 인간 중심의 사고체제를 보여준다. 헤브라이즘이 신을 중앙에 놓고 인간을 주변에 놓았다면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에서는 신 자체가 인간화 되어 있다. 따라서 그리스 신화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현세지향적(現世指向的)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한 경향은 신비주의보다는 이성주의에 가까우며 초현실적인 종교적 흥미보다는 리얼리즘에 가깝다.
○ 참고문헌
불 핀치 지음, 손명현 역, 그리스 로마 신화, 세계문학전집 27, 동서문화사, 1973.
K.K. Ruthven 지음, 김명열 역, 「신화」, 서울대학교 출판부, 1987.
삼성문화사 세계인명편.
아리스토텔레스 外 지음, 「시학」, 문예출판사, 1993.
① 불 핀치 지음, 손명현 역, 그리스 로마 신화, 세계문학전집 27, 동서문화사, 1973. 658쪽.
② K.K. Ruthven 지음, 김명열 역, 신화, 서울대학교 출판부, 1987. 77쪽.
③ 삼성문화사 세계인명편.
④ 아리스토텔레스 外 지음, 시학, 문예출판사 1993. 5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