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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천년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해주오 기요미즈데라

by 이솔

오르는 길마저도 고즈적한 기요미즈데라는 자연과 잘 어우러진 사찰이다. 봄에는 화려한 벚꽃이, 가을에는 붉은 단풍이 사찰을 감싸 안는다. 기요미즈데라는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많은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서일까, 내가 본 사찰 본당의 건물은 공사가 한창이라 우아한 자태를 보여주지 못했다. 대신 자연은 사람들로 힘들어도 말없이 아름다운 석양을 선사했다.

기요미즈데라는 천년고도 교토의 손꼽히는 고찰이다. 헤이안 시대 초기인 778년, 나라에서 온 승려 엔친이 세웠다고 한다. 기요미즈(淸水)란 ‘성스러운 물’을 뜻한다. 성스러운 샘물을 마시며 머리가 11개인 간논 상에 소원을 빌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사찰은 화재로 여러 번 소실되었다가 1633년 재건되었다. 공중에 떠 있는 듯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본당의 부타이 혼도 마루는 172개의 나무 기둥이 떠받치고 있다. 본당 마루는 예전에 천수 관음상에게 봉납하는 춤을 추었던 무대였고, 현재는 교토의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는 전망대가 되었다.

전망대를 지나 길을 따라 내려오면 지혜와 사랑, 장수의 운을 가져다준다는 신비의 약수, 오토와노타키를 만난다. 오토와 산중에서 흘러 내려 세 줄기 가느다란 폭포를 이룬다. 약수를 마시는 것도 차례로 줄을 지어 올라가야하기 때문에 지혜의 운이던, 사랑의 운이던, 장수의 운이던 내가 받고 싶은 운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 순서대로 기다리다 서게 되는 곳이 나의 운이 되는 것이다. 서는 데가 달라지면 풍경이 달라진다는 말처럼 어쩌면 삶은 끊임없이 자리 찾기를 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본당 뒤편으로 돌아가면 사랑을 이어준다는 신을 모신 지슈신사가 있다. 신사 안에는 사랑의 신, 질병 치유의 신 등 소원을 들어준다는 신을 모셔 놓았다. ‘고이우라나이노이시’라는 사랑 점치기 바위는 눈을 감고 2개의 돌과 돌 사이를 도달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점치기 놀이까지 흥미롭게 돌아보고 나오니 하늘 너머로 석양이 물들어 있다.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행운을 빌 수 있는 기요미즈데라는 ‘교토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곳을 보고 나면 그렇게 말하는 것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런 수식이 걱정스러운 건 나만의 생각일까.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내는 숨소리가 꽃이 피는 소리, 물이 흐르는 소리, 석양이 내려앉는 고요한 소리마저 삼켜버릴 것만 같아 조마조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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