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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지 Jul 08. 2023

02 런던 카페 진상

나가주세요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지난 편지 이후로 어떤 한 주 보내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카페에서 일도 하고, 개인 작업도 하고, 글도 쓰며 나름대로 분주한 한 주를 보냈습니다. 요즘 날씨가 좋아진 탓인지 부쩍 카페에 손님들이 많아졌어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무것도 못하고 널브러지곤 합니다. 사실 오늘도 카페에서 일을 했거든요. 지금 굉장히 널브러지고 싶지만 꾹 참고 이렇게 책상에 앉았습니다. 다 쓰고 나면 침대로 다이빙하려고요.


카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오늘은 런던 카페 진상썰을 좀 풀어볼까 해요.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입니다만 런던의 카페에서 일하며 느낀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차(tea)'에 관해 까다로운 손님이 많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차 문화가 발달한 곳이라 그런지 손님들마다 각자의 스타일과 철학(?)이 있어요. 그중에는 차를 마실 때 꼭 티팟과 머그를 고집하는 손님들이 있는데요, 문제는 왜 이런 분들은 항상 마감 5분 전에 오시는지. 카페 원칙 상 마감 30분 전부터는 모두 일회용 컵에 음료가 제공되거든요. 이런 분들께는 아무리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해도 막무가내로 요구하거나 불쾌함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서 요즘에는 웬만하면 원하는 대로 해 드리는 편입니다. (퇴근이 늦어질 수는 없으니까요.)


이건 조금 다른 얘긴데 영국은 주로 홍차에 우유를 넣어마시거든요, 이때 개인의 취향에 따라 원하는 우유의 양이 달라서 같은 양을 넣어도 너무 적다거나 너무 많다는 피드백이 돌아오곤 합니다. 그래서 보통 손님이 원하는 만큼 스스로 우유를 넣도록 하거나, 작은 컵에 따로 우유를 담아드려요.


아무튼 매번 일을 할 때마다 여러모로 차에 진심인 나라라는 것을 느낍니다. 진상이라고 하기엔 귀여운 수준인가요? 물론 보편적인(?) 진상도 있습니다. 웃으며 주문을 받는 서버에게 왜 비웃냐며 시비를 거는 손님부터, 음료가 가득 든 컵을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고 가는 손님, 자리에 폭탄을 던진 듯 잔뜩 어지르고 가는 손님, 인종차별하는 손놈...까지. 여러 문화가 뒤섞인 도시라서 그런지 진상도 다채롭습니다.


반면에 긍정적인 특징도 있어요. 주문을 할 때도, 음료를 기다릴 때도 누구 하나 재촉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이 몰려 주문이 밀려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꺼이 기다리고 또 한 잔의 커피라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습니다. 사실 지독한 진상을 만난 경험보다는 멋진 사람들을 만나 친절함을 배운 경험이 많은데요, (진상 손님도 다른 의미로 저에게 친절함의 힘을 느끼게 해주긴 합니다만) 그럴 때마다 친절한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저는 강해지고 싶기 때문에 친절한 사람이 되어보려 노력중입니다. 역시 쉽지 않지만요.

이상 외노자의 심심한 푸념이었습니다. 저는 내일도 카페에 일하러 갑니다. 주말이라서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무탈한 하루가 되길 바라며.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요. 독자님의 행운을 빌어요.


수지 드림



제 기준 런던 카페에서 가장 많이 나가는 메뉴는 이렇게 세 가지 인데요,


플랫화이트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티

카푸치노


독자님의 카페 단골 메뉴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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