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미국 공립고등학교와 기술학교의 연계

일반 공립고등학교와 기술학교의 파트너십

by 이순

학군, 지역, 주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찰한 것을 기록합니다.




미국에서 '실업계 고등학교'라는 명칭은 낯설다.

지역적 특성을 살린 "해양 고등학교(Marine Science High School, Marine Academy of Science & Technology)"가 있고, 주(State)에 따라 일반적인 직업학교로 "기술고등학교(Technical High School)"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펜실베이니아 주 동부에서는 좀 다르다.


펜실베이니아 주 동부에서는 일반공립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일정시간만 기술학교(직업학교) 수업을 받으러 가는 형태로 운영되는 학교가 많다. 모든 학생이 일반고등학교에 다니지만 소수의 학생은 취업을 염두에 두고 기술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도록 학교가 학생들은 별도로 중간에 스쿨버스로 데리고 갔다가 학교가 마치기 전까지 데리고 온다. 필수과목(영어, 수학, 사회, 과학)을 오전으로 몰아서 수업을 듣고 오후 수업은 기술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학교에 따라 오전 또는 오후 수업으로 조정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전문대학'같은 형태로 이 기술학교를 다닐 수도 있다.


아래는 어떻게 일반공립고등학교에서 기술학교(직업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까지 관리하고, 기술학교는 어떻게 운영되며, 어떤 직종분야에 대한 수업을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공동운영위원회(Joint Operating Committee)로 운영되는 기술학교>


이 기술학교(직업학교)는 "Joint Operating Committee(공동운영위원회)" 시스템으로 여러 학군이 모여서 하나의 기술학교를 운영하도록 조직되어 있다. 이는 펜실베이니아 주 "공립학교법"에 따라 운영되는 기구로 일반학생들이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직업 및 기술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기술학교다.


"공동운영위원회(Joint Operating Committee)"는 각 학군의 교육감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 곳의 기술학교를 운영하는데 보통 7-9개 학군이 참여하며, 각 학군에는 일반적으로 1-3개의 고등학교가 있다.

기술학교를 운영함에 있어 교육감들이 직책을 나누어 담당한다. (President, Vice President, Superintendent of Record 등등: 이것도 교육감 자신이 소속된 학군 업무 주어진 임무 중 하나다.)


매년 예상 지출 예산안을 작성하여 펜실베이니아주 교육부의 승인을 받지만 학교 운영 예산 승인을 비롯한 모든 직무수행에 대한 권한, 학교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정책 수립은 "공동운영위원회"가 주관한다.

그리고 교육감들은 기술학교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결정(예산, 직원, 학생, 그 외 운영전반)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취업현장의 소식에도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직업자문위원회"에 공신력 있는 지역기업인들의 자원봉사를 유도하는 책무도 함께 담당하게 된다.




<직업자문위원회 위원들의 산학협력 및 봉사>


"직업자문위원회(Occupational Advisory Committes)"는 지역 기업(비즈니스)이나 산업분야에 종사하면서 기술학교를 위한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단체다.

각 산업의 다양한 부문을 대표하는 이들은 산업분야의 최신정보를 제공하고, 교육과정 내용 및 기준을 정하며, 필요한 장비나 장기적인 기술 동향에 대한 업계의 요구사항을 '공동운영위원회'에 전달하고 반영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돕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강사들이 교육 활동을 하는데 유용한 자료, 도구 및 장비 추천 및 특정 산업의 현재 및 미래 자원 수요에 대한 권장사항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취업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멘토들의 미래인재(지역시민)들을 위한 자원봉사 활동이다.




<기술학교에서 제공하는 직업분야>


1. 보건의료 관련 직종(Allied Health):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치위생사 등

2. 자동차 기술(Automotive Technology)

*Autobody Repair and Restoration (자동차 차제 수리 및 복원)

*Automotive Emissions Testing (자동차 배출가스 검사)

*Collision Repair Technology (자동차 충돌수리 기술): 찌그러진 차체 펴기, 범퍼/문/차체 교체, 도색(페인트 작업), 프레임(뼈대 교정), 최신 전자장치 점검 및 수리

3. 비즈니스 및 기술 전문가 (Business and Technology Professional): 사무직

4. 건설/건축 시공 기술 (Construction Technology)

*기초 공사 기술(땅 다지고 기초 만들고, 건물 뼈대를 세우는 방법)

*목공, 철근, 콘크리트 구조 만들기/ 벽, 바닥, 지붕 설치

*도면 읽기(건축 설계도 보는 법 배우기, 치수 계산하기)

*건설 장비 사용(전동 공구 사용법, 기본적인 건설 기계 이해)

*공사 현장 안전관리


5. 미용(Cosmetology): 헤어스타일리스트, 피부관리, 네일아트 등

6. 요리 (Culinary Arts)

7. 디자인, 사진 및 일러스트레이션(Design, Photography and Illustration)

8. 전기 기술(Electrical Technology)

*전기 기술자 수습과정(Electrical Apprenticeship Courses)

9. 운동과학 및 재활(Exercise Science and Rehabilitation)

10. 난방, 환기 및 에어컨 기술(Heating Ventilation & A/C Technology)

11. 네트워킹 및 사이버 보안(Networking and Cyber Security)

12. 보호 서비스(Protective Services): 아동 보호, 노인 보호, 장애인 보호 서비스

13. 로봇공학 및 자동화 기술(Robotics and Automated Technology)

14. 수의학(Veterinary Science)

15. 용접 기술(Welding Technology)

16. 간호사(Nursing Program)




일반 공립고등학교에 다니며 기술학교도 병행하는 경우의 특징이라면;

1) 10-12학년 사이 기술학교를 다니다가 포기해도 일반고등학교 졸업이 그대로 유지된다.

2) 기술학교를 이수하고 취직이 아니라 대학진학을 할 경우 학점을 인정해 주는 대학도 있고, 경험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는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파트타임으로 대학을 다닐 수도 있다.

3) 10학년부터 기술학교를 수강할 경우 졸업반쯤에는 주 1회 기술학교, 주 4회 현장 인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때도 일반고등학교 정규수업은 필수다.

4) 미용, 요리의 경우 지역주민을 위한 헤어살롱과 카페테리아를 운영하기도 한다.






기술학교를 홍보하는 전단지가 매년 학기 시작 전 모든 학생(10-12학년 재학생)의 가정으로 배달된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 또는 꼭 취업이 필요해 보이는 학생들만 선별해서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고등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안내한다.

이렇게 일반 공립고등학교가 운영하는 기술학교 시스템은 장점이 많지만 미국 대학진학률(약 60%)에 비하면 기술학교를 병행하는 학생이 많지는 않다. 다만 기술학교를 병행하는 학생들을 살펴보면 고등학생이지만 생활력이 강한 특징이 있고, 그중에도 여학생들의 '미용'에 관심이 큰 것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졸업을 맞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학생들은 그저 자신들의 나이에 맞게 살고 싶고 그렇게 바쁜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졸업 후 현실은 또 다르다. 대학에 진학한 학생도,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모두 진로에 대한 고민은 지속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듣게 된다. 그리고 "좀 더 일찍(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진로에 대한 진지한 접근방식이 있다면 달라졌을까"하고 묻기도 한다.


미국의 학부모들도 일반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한테 미리부터 취직을 위한 기술을 배워두는 게 필요하다고 강요하진 않는다. 누구나 자녀들의 대학진학을 원하고, 좋은 대학에 합격한 것은 자랑이 된다. 특별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이 아니라면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취직보다는 대학 진학을 기대한다. 하지만 부모가 이민 1세대가 아니라도 시스템에 대해서 모두 잘 아는 것은 아니며, 내 자식만은 좋은 대학을 보내겠다는 일념은 있어도 학교 안에서 자녀들이 어떤 상태인지, 아이가 현실적으로 원하는 것을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래저래 어디에 살아도 자녀들의 진로 결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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