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런 사람이였다는걸,

배달되지 않던 그 시절 돈가스

by 이쑤


엄마는 야쿠르트 아줌마였다.

아직 하늘이 푸르기도 전, 동네가 기지개도 켜지 않은 시간에 집을 나섰다.

차가운 새벽 공기와 함께 물품을 정리하고, 작은카트에 야쿠르트와 우유 상자를 싣고 골목을 돌았다.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면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점심때쯤이었다.


아마 방학이었을 것이다.

엄마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나는 방바닥에 늘어져 뒹굴거리다가 불쑥 말했다.

“엄마, 돈가스 먹고 싶어.”


그 시절엔 버튼 하나로 음식이 오지 않았다.

돈가스를 먹으려면 식당에 가야 했고, 아니면 집에서 기름을 두르고 직접 튀겨야 했다.

나는 그저 심심했고, 막연히 바삭한 게 먹고 싶었을 뿐이었다.


얼마 후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나오라고 했다.


여름이었는지, 햇빛이 유난히 눈부셨다.

저 멀리서 버스가 들어왔다.

나는 하차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가 내리겠지, 하고.


문이 열리고, 사람들 사이로 엄마가 보였다.

그런데 손에 들린 건 비닐봉지도, 종이봉투도 아니었다.


엄마는 식당 웨이터처럼

하얀 접시에 담긴 돈가스를 어깨 옆에 조심히 올려 들고 내렸다.

바삭한 튀김 옷 위로 소스가 윤기 있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예상 밖이라 나는 한참을 웃었다.

엄마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접시를 내밀었다.

“엎지르면 안 되니까 이렇게 들고 왔지.”



엄마는 식당에 부탁해

접시째로, 그대로 받아왔다는 걸.

내가 그저 “먹고 싶다”고 말한 한마디를

엄마는 꽤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걸.


그날의 돈가스 맛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버스에서 접시를 들고 내리던 엄마의 모습은

지금도 선명하다.


조금은 우습고,

많이 고맙고,

아주 오래 남아 있는 장면.


엄마는 늘 그렇게,

나의 사소한 말을 진짜처럼 들어주던 사람이었다.

작가의 이전글소풍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