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만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
고전 문학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나 생각이 떠올라? 나는 사실, 고전 문학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어. 고등학생, 아니 대학생이 되었을 때도 그렇게 큰 관심이 없었어. 예전 시대 배경들로 꾸며진 이야기에 왜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지금 탄생하는 작품들도 많은데 굳이 예전 거를 읽고 있나 이해가 되지 않았지. 관심 없는 사람들이 보통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 싶네.
사실 나도 우연히 고전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 도서관에 가도 신간 코너에, 새 책들을 골라보기 좋아하던 내가 사람들이 많이 봐서 꼬질꼬질해진 문학책들을 읽게 된 것도 얼마 안 됐거든! 너무 재밌던 공연이나 문화콘텐츠를 접하고, 집에 돌아와 더 찾아보니 원작이 이러한 고전 문학작품인 거야. 그래서 카프카를 알게 되고, 셰익스피어의 유명 작품들을 하나둘 읽기 시작했지. 사실 나도 아직 고전문학이 어렵고, 어떻게 읽어야 할지 방법론에 대해서 조언해줄 정도는 아니라서 상세히 이야기해주진 못하겠지만 이 책을 읽어본다면, 그래도 몇몇 작품 정도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 문학줍줍이 정성스레 만든 고전문학 독서 노트를 한번 만나볼까?
여기 이 책은 그렇게 심오하게 고전문학을 다루지 않아. 대신 가뜩이나 문학 자체를 어렵게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호기심을 느낄 만한 부분을 담았어. 주제를 크게 9장으로 나누었는데 사랑과 결혼, 가족, 정체성, 삶과 죽음, 국가와 사회, 전쟁, 모험에 대한 작품들을 4~5개 소개해주고 있어.
이런 주제 차례대로 읽으려고 하지 않고 나는 제목이 끌리는 작품이나 알고 있는 작품을 먼저 읽고, 이와 비슷한 주제로 묶여 있어 더 알고 싶은, 처음 보는 책에 대한 소개 글을 읽어나갔어. 한 작품당 4~5장이라 부담되지 않게 쓱 읽을 수 있었어. 무엇보다 지하철에서 짬 내서 몇 작품 읽을 수 있어서 좋더라고! 오래 걸리지도 않고 이런 대중교통에서 책을 읽다 보면, 챕터를 다 못 끝내고 중간에 내려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는데, 짧아서 오히려 작품을 흡입력 있게 알아갈 수 있었어.
이 책이 좋았던 점 중 하나는 문학작품을 소개하기에 앞서, 작가에 대해 알려준다는 점이야. 사실, 고전 작가를 떠올리면 드는 고정관념이 막 평생 고뇌하고 고통받다가 작품을 토해내듯이 완성해내고 요절하는 그런 예술가라는 게 있잖아. 틀렸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여기선 우리와도 같은 삶을 산 작가들도 소개하고 있어. 평범한 사람들이지.
<연인>을 쓴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법학, 정치학을 공부해 공무원으로 살다가 20대 후반에 작가가 되었고, 지킬앤하이드로 유명한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공대 출신이지만, 법학 공부를 해 변호사로 살던 인물이야. 건강이 악화되자 요양 여행을 떠났던 경험들이 모이고 모여 다양한 파격적인 작품들이 나왔지. <변신>을 쓴 카프카도 알려져 있다시피 평범한 보험회사 직장인이었지.
그래서 보통의 사람들이 써 내려간 보통의 고전문학들이라고 말하고 싶어. 사실 지금까지 그 작품들이 읽힌다는 것은 ‘보통’이 아니긴 하지... 그래도 책을 쓸 때는, 그 시작은 우리와도 같은,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그런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이렇게 조금은 고전문학에 대한 벽이 낮아지고 나서 본격적으로 문학 작품 이야기에 대해 알려주니 더 좋았어. 문학 줍고 주움 유튜브에서도 작품 소개할 때 간단히 등장인물들을 알려주고 관계를 소개하는데, 이 책에서도 비슷하게 먼저 등장인물을 알려주고 중요한 줄거리 키워드를 본문으로 넣어서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을 머리에 넣을 수 있는 느낌이야.
하지만, 이 책에서 고전문학에 대해 읽었다고 해서, 그 책을 다 읽었다고 볼 수는 없어. 짧은 만큼, 줄거리도 굉장히 축약되어 있고, 원작을 잃지 않으면 줄거리 이해가 다소 어려운 파트도 있는 게 사실이야. 예를 들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두꺼운 책 3권 분량인데 소개 글 몇 장만으로 다 파악할 수 없잖아. 짧아서 빨리 그 책에 대해, 작가에 대해 알 순 있지만, 한 편으로는 제대로 줄거리 소개가 되지 않을 수 있어서 문학줍줍이 말하고 싶은 의도와 메시지가 잘 안 와닿을 수 있어. 그래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읽고 싶다는 호기심을 느낀 고전 문학작품들이 있어서 찾아 읽었어. 문학줍줍도 이렇게 독자가 작품을 찾아 읽게끔 만든 것 아닐까 싶기도 해. 너무 소개를 다 해버리면, 그 책을 대하는 태도나 생각이 문학줍줍의 분석과 감상평대로 굳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
나는 이 책을 읽고, 여기에 나온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찾아 읽어보았어. 헤밍웨이는 누구보다 삶에 대한 투쟁을 강렬하게 작품들에 담았잖아. 나는 헤밍웨이의 책을 만날 때마다 그 특유의 치열한 투쟁을 유독 많이 느낄 수 있었는데, 문학줍줍은 더 나아가 삶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다른 존재들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지 물었어. 내가 잡아야 하는 물고기에게도 형제라고 하고, 그렇게 날 위협하는 상어에게도 절대 모욕적인 표현이나 언행을 하지 않아. 문학줍줍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그렇더라고. 삶을 위해 함께 투쟁해나가는 형제로서 자연과 내가 아닌 존재들을 바라보았던 적이 있나 돌아보았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는 노인 산티아고와 상어, 거대한 물고기 모두 생존하기 위해 애쓰잖아. 반면,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서의 주인공 뫼르소는 그렇게 살고 싶어 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운명이 결정되어버리는 현실에 혼란을 느끼다가 분명 자신이 사는 마을이지만, 낯선 감정과 분위기를 느끼는 이방인이 된 것처럼 낯설어하면서 결국 생을 마감해. 자신의 인생에서조차 주인공이 아닌 이방인이었던 뫼르소를 보면서 우리 삶도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투쟁해나가지만, 결국엔 뫼르소처럼 주어진 운명이 무엇인지 모른 채 살다가 운명대로 끝나버리는 것 아닐까 허무함을 느끼기도 했어.
헤밍웨이는 인생의 허무함에 대해 많이 느꼈다고 해. 나도 헤밍웨이의 자기 존엄성을 외치고 있는 작품들, 단편들을 읽으면서도 덧없는 허무주의를 느끼곤 했어. 이렇게 헤밍웨이, 알베르 카뮈는 정말 다른 문체와 다른 성격의 주인공들을 내세워 소설을 창작해냈는데도 같은 면모가 존재하잖아. 자기 운명에 있어서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그 평범한 삶에서 생명력을 붙잡고 꽃피워내기 위해 노력하는 게 사람의 숙명인건가 생각하며 나만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가보았어.
문학줍줍의 플레이리스트엔 이 책들이 다른 챕터에 있지만, 나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엔 ‘生, 자기 존엄’에 넣고 싶어. 이렇게 문학줍줍의 플레이리스트를 참고해 너만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보길 추천해. 어느새 41개보다 많은 꽉 찬, 소중한 리스트가 만들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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