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각자의 언어로 말하는 공간
한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외국 작가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였다. 색다르게 다가온 건 무엇보다 작가마 다 모두 자신만의 그림체와 이야기, 유형이 특이하게 나뉘고 겹치는 점이 없다는 점이다.
페어를 보기 전, 한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탄생시킨 대상들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다. 방문한 이유 중 하나도 단순히 작품이 궁금해서였다. 형형색색의 원색을 활용한 작가, 흑백만을 사용한 작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작가, 다양한 종류의 미술 기법을 활용한 것 같은 작가까지 굉장히 다양한 부류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뜻깊었다.
수학을 그림으로 승화시킨 작품이 있다. 학창 시절 수학 공부를 하면서 가로선 세로선 위에 그려지는 그래프들을 활용해 아름다운 그리고 수학적으로 심미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비율을 활용한 것처럼 보이는 조화로운 곡선들의 움직임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다가왔다.
수학 문제를 풀면서 그래프로 이런 미술작품을 만드리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어쩌면 미술과도 가까운 영역이 함수였음 을, 수학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림뿐만 아니라 도자기 작품들도 여럿 있었는데 도자기의 매끄러운 모습이 참 맘에 들었다. 나는 도자기를 볼 때마다 안정과 평화를 느낀다.
묵직하면서도 도자기 위 그려진 상들은 가벼워 금방이라도 입체로 뛰어나와 움직일 것만 같다. 서로 반대되는 성질과 분위기가 하나에 압축되어 있을 때 더욱더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summer storm 엔리코 엔 브롤리의 작품은 내가 좋아하는 색감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빨강과 파랑 사 이 노랑 속으로 깊게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기분이다. 무엇보다 색이 하나의 선율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 참 안정적이고 따듯한 기운을 받았다.
박경규 작가의 작품들은 이 페어에서 가장 눈에 많이 들어왔다. 동서양의 회화가 서로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이미지의 변증법 시리즈다. 수직적 우열 구도를 내면화한 구도를 해체하고자 잘 알려진 동서양의 이미지를 차용한 이 새로운 회화는 페어에서 본 작품 중에 가장 참신했다. 이름 모르는 익숙한 그림의 모습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생각도 못 한 대상의 조합이 굉장히 신세대다우면서 쨍한 색감은 누구에게나 각인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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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은 주제가 아니라, 모두 다른 기법으로, 다른 표현으로 각자의 언어로 디자인한 결과물을 보는 재미가 있다. 나의 취향에 맞는 부스를 찾으면서 앞으로 나와 어울리는,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는 날이 올 때, 멋지게 나의 취향을 대표하는 작품을 데리고 오고 싶다.
페어를 항상 전시관이 아닌 코엑스와 같은 복합 컨벤션 센터에서 보았는데 미술관에서 만난 페어는 약간은 무게감이 느껴지기도 한 차분한 분위기였다. 그래서 부스에 들어가 오랫동안 감상하기도 살짝 어렵기도 했다. 그런데도 각자의 작품을 소중히 그리고 자랑스럽게 내보인 구석구석 둘러보면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많은 작가의 개성을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