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햇빛 아래 한강 공원에서 울려 퍼진 음악
2024년 6월의 첫 주, 아티스트들을 반겨주는 관객들의 에너지에 반응하듯, 햇빛도 강렬하게 난지 한강 공원을 비춰주었다. 페스티벌을 찾아온 관객들로 난지의 중앙 광장은 가득 찼고, 2개의 스테이지에 번갈아 나오는 아티스트들 앞으로 함성이 계속해서 울려댔다.
피크 페스티벌은 '살아있는 음악, 우리만의 뜨거운 축제' 슬로건 아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포함하고 있다. 락 페스티벌도 아니고, 재즈 페스티벌도 아니고, 감성 페스티벌도 아니다. 살아있는 다양한 음악을 모두 섞어놓은 축제로, 누구에게나 새로운 체험과 익숙함의 조화를 선사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이디오테잎 밴드의 일렉트로닉 락 장르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주어진 시간을 멘트 하나 없이, 쉬는 구간 없이 자신들의 곡으로 꽉 채웠다. 자신감 충만한 그들의 연주는 처음 들어보는 음향과 분위기이었고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전자음악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기술을 사용해 다양한 음향을 창출하고 조작하는 장르다. 악기의 음색을 전자적으로 발생시키고 연주하는 기계적 장치인 신시사이저와 각종 전자 악기를 만지는 멤버와 드럼을 치는 멤버가 합쳐져 스피커에서 뿜뿜 처음 들어보는, 낯선 기계음과 둠치박치 드럼 음이 울린다.
이게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음악인지, 음원을 틀어주는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혼란스러운 경험이었다. 처음은 말 그대로 충격이었지만, 없던 힘도 날 것 같은 마력을 지닌 음악임을 강렬하게 느꼈다. 실제로도 다음 날, 헬스장에서 셋리로 이디오테잎의 음악을 틀어두고 운동을 했다.
크라잉넛, 로맨틱 펀치, 이승윤 님의 음악도 나에겐 익숙함보다 신선함에 가까웠다. 특히 로맨틱 펀치는 이름만 듣고 잔잔한 로맨틱 감성을 예상했다가 깜짝 놀라기도 했다. 스테이지 무대 위에서 뛰어다니는 아티스트, 그리고 저 멀리 스탠딩 존에서 커다란 깃발과 함께 움직이는 슬램을 보면서, 계속해서 실시간으로 탄생하고 있는 음악에 따라 연주자 밴드와 락을 사랑하는 관객들이 하나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이름만으로 독보적인 하나의 브랜드가 된 아티스트들의 무대는 관객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신다. 삶의 관록이 묻어나는 노래들이 눈에 띈다. 멜로디를 잘 몰라도, 곡의 배경을 잘 몰라도, 가사를 잘 몰라도 명곡들은 알 수 있다. 그 아티스트만의 분위기를 감사하면서 듣게 된다. 하동균, 넬, 김윤아 아티스트까지, 한국 대중음악에서 이름을 날리는 분들의 독보적인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날 파이널 헤드라이너, 김윤아 님의 무대는 천상 예술가가 이 넓은 공원의 공간을 가득 자기만의 색깔로 채우는 것이 너무나 인상 깊었다. 하나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사람 대 사람'으로 이야기하듯 시를 내뱉듯, 감정을 내는 무대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내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룹들의 무대들이 이어졌다. 씨엔블루와 FT 아일랜드는 아마도 현재 20대 후반인 세대의 인생 첫 밴드일 것이다. 아이돌 밴드의 등장은 학생 소녀, 소년 구분 없이 열광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었는데, 어른이 되어 오랜만에 듣는 그들의 노래들은 옛 시절을 다시 기억하게 만들고, 괜히 설렘이 크게 다가왔다.
그 시절의 에너지 넘치는 사랑 노래는 그대로지만, 그 풋풋함과 동시에 사람들이 흔히들 말하는 '어른 섹시'를 장착한 멤버들의 플레이에 더욱더 환호했다. 사랑 노래와 대중적인 락 음악에 올해 본격적으로 페스티벌에 나오게 되었다는 두 그룹의 행복한 무대를 보면서 오래오래 우리 세대의 좋은 기억 속 밴드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생활부터 5년 넘게 서울을 오가는 생활을 했지만, 한강 공원은 몇 번 방문하지 않았고, 특히나 난지 한강 공원은 처음 온 공원이었고, 회사 창문에서 한강 넘어 있던 공원이었지만, 마음과는 멀었다. 이곳에 처음으로 방문하게 된 이유가 피크 페스티벌이라 더욱 특별하고, 예년과 달리 비가 오지 않은, 쨍쨍한 날씨로 여름을 알리는 주말에 좋은 음악, 좋은 사람과 함께 보낼 수 있었다. 가족 단위 관객, 아주머니 관객 등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찾아와 더욱 다채로운 '살아있는 음악, 우리만의 뜨거운 축제'가 되었다. 모두의 어덕행덕을 위한 페스티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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