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엔나에서 만날 황금빛 예술, 구스타프 클림트
올해 12월, 크리스마스 주간에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여행을 떠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되는 순간은 유럽 각지의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시장이다. 미술의 도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만나게 될 작가들의 오랜 작품을 볼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그중 클림트에 대해 한국에서 먼저 만나 볼 수 있을 것 같아 책 <황금빛을 그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을 여행 전 계획을 세우며 함께 읽게 되었다.
클림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황금색뿐이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황금빛 색채와 화풍에 더해, 그의 작품에 담겨있는 생명과 사랑, 인간의 내면을, 책을 통해 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클림트의 인생과 작품 세계를 다루며, 그의 독특한 예술적 특징을 풍부하게 설명한다.
클림트의 예술적 스타일을 정의하는 큰 요소 중 하나는 그가 적극적으로 사용한 황금빛이다. 그의 단연 마스터피스 <키스>에서 금빛은 단순히 화려함을 넘어서, 신비로움과 초월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사랑과 연결된 미묘한 감정을 드러낸다.
이 작품 속 연인의 모습을 보면 마치 꿈속 장면처럼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클림트는 이러한 황금빛 표현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상징 세계를 구축했다. 그는 비잔틴 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금속성의 장식적인 요소들을 화면 가득 채워 넣음으로써 보는 우리의 시선을 빼앗고 계속해서 몰입하게끔 만든다고 생각한다.
클림트는 단순히 색채와 장식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보는 이의 감정을 건드린다. 그의 작품은 화려하면서도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클림트가 자신의 예술을 통해 단순한 미적 표현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의 화풍은 전통적인 유화와는 다른 차별화된 스타일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통해 클림트는 당시 유럽 미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고 한다.
또한 그의 작품을 감상할 때 우리는 물감의 질감과 황금빛의 광택을 통해 일종의 물질성을 느낄 수 있다. 클림트의 작품은 ‘황금빛으로 빚어낸 조각’이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회화이면서도 조각적이며, 평면적이면서도 입체적인 독특한 성격을 띤다. 이런 복합적인 스타일이 클림트를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예술가로 만든 요소이며 책 속 인쇄된 평면의 작품에서도 날 선 각이 느껴지게 만든다.
클림트의 작품 속 인물들은 대부분 여성이며, 그를 통해 독특한 여성관을 엿볼 수 있다. 그중 나는 <여성의 세 시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느꼈다. 여성의 삶을 다양한 단계로 나누어 다소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에 오랫동안 바라보게 되는 거친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아이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순환을 표현하며, 여성의 신체적 변화와 감각 또한 날이 서게 담았다. 나이 든 여성은 누구든 피할 수 없는 노화와 죽음에 가까워져 있는 모습이다. 반면, 어린 여성과 아기는 싱그러우면서도 평화로움의 일상이 묻어난다. 이 작품을 보면서 나의 여정 속에서 사실 아직은 저 왼쪽 노인의 모습이 있을 테지만 상상하기 어렵고, 몇몇 작가들이 그린 것처럼 혐오의 대상으로서 표현한 노인의 이미지가 다소 거북하게 다가왔다. 현실적인 모습일 수도, 나의 현실에서는 피하고 싶은 모습일 수도 있는데, 이러한 적나라한 모습에서 관객은 무엇을 느껴야 할지 사실 혼란스럽다.
클림트는 남성보다 여성을 집중적으로 그렸다. 남성은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혹여 등장한다고 해도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이를 보면서 클림트가 여성을 바라보는 사고관이 무엇이든 간, 적어도 나에게 다가온 것을 여성의 강인함과 여러 다채로운 모습이었다.
화려한 장식적 요소로 잘 알려진 클림트지만, 그의 작품 중에는 소박한 시골 풍경을 담은 그림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터 호수가의 섬>과 같은 작품에서는 클림트가 오스트리아의 자연과 시골의 평온함을 표현하며, 그만의 색다른 감성을 드러낸다. 이 작품에서 호수의 물결은 차분하고 고요하게 그려져 있으며, 그 속에 담긴 색조의 변화는 자연의 리듬과 조화를 잘 보여준다. 이 그림을 통해 클림트는 화려한 금빛의 장식미와는 다른, 소박하면서도 감각적인 표현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이런 평화로운 오스트리아를 만날 생각을 하니 한층 더 설렘이 마음속에 쌓였다.
이와 같은 시골 농가와 자연을 다룬 작품들에서는, 클림트의 예술적 시선이 단순히 화려함과 대조를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가 담은 오스트리아 시골에서의 생활 모습을 통해 평온함을 얻어간다. 물결이 일렁이는 호수의 미묘한 색 변화와 풍성한 이파리와 가지들로 가득한 농가 모습을 보며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는 건 도시의 화려한 빌딩 숲이 아니라 고요한 자연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러한 작품들은 클림트가 단순히 화려한 장식성만을 추구한 화가가 아님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인물의 황금빛 찬란과 혼란과 시골의 평온함, 이 두 가지 상반된 세계를 모두 자신의 예술로 표현하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탐구했다. 그의 농가 풍경 작품들은 조용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주며, 클림트의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들이다.
<황금빛을 그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를 통해 클림트의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의 작품은 비단 화려함만을 넘어 인간의 내면과 감정을 탐구하며, 생명의 순환과 자연의 고요함까지 아우른다. 비엔나 여행에서 클림트의 작품을 직접 만나 그의 예술 세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또한, 이번 겨울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클림트를 포함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시회를 통해 그의 작품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도 기대된다. 클림트는 나에게 삶과 예술, 인간 내면의 감정을 모두 아우르는 예술가로 다가왔다. 그의 작품 속에서 나는 인간의 삶과 감정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순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삶을 황금빛으로 채운 예술가"라는 표현이, 그가 내게 남긴 깊은 인상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말일 것이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2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