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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아 Nov 19. 2024

소년이 온다 를 읽고

2024.10.20.()     


이렇게 읽는 책은 처음입니다. 반쪽을 채우지 못하고 일어서기를 반복합니다. 따끈한 방석과 무릎담요가 마련되어 있지만, 휘휘 일어나 얼음물을 마셔야 합니다.     


내가 대변해주던 너 동호. 타들어 가며 너 자신을 토해내던 정대. 김은숙 그녀, 방직공장 공원과 지금은 작은 인쇄소 편집자로 근무하는. 살아있는 김진수를 기억하는 스물세 살의 교대 복학생. 노조 소모임의 성희 언니를 기억하는 임선주. 동생이 대학을 졸업하면 공부를 시작해 의사가 되고 싶다던 정미, 그때 문간채에 사람 들인 걸 못내 후회하면서도 그런 생각만으로도 죄를 짓는 거라며 고개를 젓는 중흥동 집 두 번째 안 주인, 동호 엄마.      


짐짓 이들이 이어가는 긴 진실에서도, 당신은 인터뷰조차 사양하십니다.


이렇게 담담하고 절제된 문체가 전야의 불 꺼진 도시 거리의 비장한 여전사의 외침에 비견되는 건. 캄보디아에서는 이백만 명도 더 죽였다는데 40만 명인 도시 하나쯤 없애버려도 문제 될 게 없다고 대통령에게 말하던 사람들을 완벽하게 고발하고 분노케하는 마중물입니다.     


에필로그는 작가의 진심이지요. 사실이지요.     


그럼 외가에서 지어 엄마에게 선물한, 서울로 올라오기 전 아홉 살까지 살았던 광주 중흥동 집과 그 집을

사 왔던 강동호네와, 문간방에 세 들어 살던 정대와 정미. 희영 고모가 선봤던 그 수학 선생님의 임신한 부인.

잘 써 주시라는 당부와 함께, 작가에게 집필을 허락했던 학원강사인 형도 모두 사실인가요.     


세 권 후딱 읽고 브런치 글 쓰려던 계획은 어긋납니다.

책을 덮는 순간 힘이 빠집니다.

     

이제 당신이 나를 이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 본문 중에서

     

낚시에서 돌아온 남편이 내 눈치를 심하게 봅니다.

'분명 가도 된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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