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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강 Nov 18. 2024

엉터리 요리사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화구는 하나인데, 하고 싶은 요리는 100 개야.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됐지? 당장 손님들은 기다리고, 요리는 나가야 해. 그런데 나는 실패한 요리와 실망시킨 손님들만 되새기고 있어.


이런 와중에도 "이런 시기는 모두에게나 있는 것인가?" 하며 남들과 비교하기 급급해. 모두에게 있으면 안심하려고? 나만 이러고 있는 거면 더 숨으려고? 내가 기대하는 나와 현실의 나의 괴리가 좀 힘들어.


그래도 살아야지. 실패한 요리? 아까워. 실망시킨 손님들? 정말 미안해. 그럼에도 당장 눈앞에 프라이팬 잡아야지. 늘 그랬던 것처럼 뻔뻔하게 입싹닦고 다시 장사해야지 싶어. 


왜냐고? 그걸 나도 아직 잘 모르겠긴 한데, 그래도 손 놓고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음.. 그따위로 음식점 할 거면 때려치우라고? 그것도 일리가 있는데, 아직 개업 한지 얼마 안 됐으니까.. 뭘 하고 싶은지 우선 확실히 정해놓고 하라고?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데.. 가성비 있게 폭넓고 전문성 있는 가게를 하고 싶은 내 욕심이 잘못된 것 같기는 해. 확실히 일본 시장에서 계란말이 하나만 말아서 파는 가게 같은 거 보면 참 대단하긴 하더라. 나도 사실 그런 장인이 되고 싶은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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