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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팩 메고 후쿠오카 #3. 300년 된 도자기마을

이마리 오카와치야마

by 이수하

(1) 정말 최악이었던 어제의 컨디션과 달리, 오늘은 제법 몸상태가 괜찮았다. 나는 짐을 주섬주섬 싸고 텐진터미널로 나섰다. 나는 큰 도시보다 작은 곳을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마리로 가는 발걸음이 설레었다.

버스를 타고 이마리로 가는 길에 정겨운 시골풍경을 감상하며 갔다. 일본의 시골풍경은 참 정겹고 마음이 포근해진다.

오카와치야마로 가기 위해선 이마리역에서 하차 후 오카와치야마행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이마리역 근처는 텐진역과 정반대로 큰 건물도 하나 없고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그때, 익숙한 한국말들이 들렸다.


(2) 오카와치야마에서 만난 부산 아주머니

"학생! 혹시 와이파이 있나?"

오카와치야마를 한창 둘러보던 중 경상도 사투리를 쓰시는 한 아주머니가 나를 붙잡으셨다. 아까 버스에서 본 일본말을 무척 잘하시는 한국 아주머니다!

"하이고~ 조금 있으면 차를 타야하는데 남편을 몬 찾겠다! 남편한테 와이파이가 있어가지고 연락이 안된다!"

아주머니는 일행과 떨어져 둘러보시다가 일행을 찾지 못하시고 연락이 어려워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신 것이다. 때마침 내 가방에는 포켓 와이파이가 있었고 나는 와이파이와 아주머니 핸드폰을 연결했다. 아주머니께선 보이스톡으로 남편과 연락하시곤 감사의 인사를 남기시고 내려가셨다.

나는 오카와치야마를 느릿느릿 걸으며 이곳의 풍경을 눈으로 꼭 담아두었다. 참 예쁜 곳이다. 이런 곳이라면 3바퀴도 거뜬하게 돌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거리도, 느낌 있는 건물들도, 취향저격하는 도자기들도, 빨갛게 물든 단풍들도 참 예쁘다.

나는 그렇게 넉넉하게 오카와치야마를 걷고 내려갔다. 그때였다.

"학생! 이리 와서 앉으봐라!"

아까 그 아주머니다. 정확히는, 아주머니 일행이다. 아주머니 일행분들은 이마리역행 버스를 기다리시면서 조그만 카페 앞에서 오순도순 모여계셨다.

"아까 일이 차암 고마워서! 내 커피 사줄게!"

"아하하! 그리 어려운 일 한 것도 아니지만, 사주신다면 감사히 먹겠습니다!"

나는 특유의 넉살(?)로 넙죽 커피를 받아마셨다. 함께 커피를 마시며 아주머니와 아주머니 일행분들은 강한 부산사투리로 나에게 이것저것 물으셨다.

"그래. 학생은 어디에서 왔나?"

"아! 저는 서울에서 왔어요."

"학생 혼자 왔나? 부모님께서 걱정하시겠다. 부모님께 꼬옥 연락해라."

"하하. 그래야지요."

"내도 자식이 있다. 자식들 다 서울에 있다. 학생 보니까 애들 생각이 나네."

정이 많은 아주머니셨다. 나에게 커피 말고도 이것저것 먹을 것들을 챙겨주셨다. 이 작은 정이 나에겐 너무나 큰 감사로 다가왔다. 나는 고작 와이파이를 잠깐 빌려준 것뿐인데 나에게 돌아온 것은 크고 따뜻한 정이 담긴 커피와 과자들이었다.


(3) 우여곡절 히라도행

일본은 해가 일찍 진다. 오카와치야마에서 이마리역행 막차를 타고 또 이마리역에서 히라도를 가면서 해가 완전히 졌다. (내가 알기론 이마리역에서 히라도 직행버스는 없다. 한번 환승해야 한다.) 버스에 승객은 나 혼자였고 밖은 완전 캄캄했다. 지나치게 컴컴했다. 버스를 타고 있음에도 두려움이 엄습했다. 내가 히라도에 있는 게스트하우스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히라도는 섬이지만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그때 갑자기 버스가 다리를 건너기 전에 몇 분간 정차했다. 버스는 잠시 정차한 것인데 나는 순간 설마 여기가 종점인가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급격히 불안해졌다. 나는 일본어를 모르기에 다급하게 기사님께 외쳤다.

"브릿지! 브릿지 노? 브릿지 노?"

다리를 안 건너냐는 뜻이었다. 그러나, 나는 일본이 상상 이상으로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특히 외진 곳은 더욱! 완~전 안 통한다!) 기사아저씨는 외국인을 상대하는 것도 낯선데 그 외국인이 황급히 외국어를 뱉어대니 많이 당황하신 것 같았다. 그리고 일본어로 뭐라뭐라 말하시면서 일본어로 적힌 종이를 보여주셨다. 내가 지도를 보여줘도 서로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다. 나는 최후의 수단으로 박 양에게 전화했다. 박 양은 일본어능통자였다. 다행히 박 양은 나의 보이스톡을 받았고 박 양의 도움으로 무사히 게스트하우스까지 도착했다.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고마워 박 양! 박 양 덕분에 난 살았어!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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