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서 이사 온 곳이라 동네친구가 없다. 당근으로 연을 맺은 S가 유일했는데 게슈탈트 집단에서 같은 동네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동네에서 만나 차를 마셨다.
10월 초에 보려고 했었는데 그때는 너무 우울해서 내가 약속을 미뤘다. 그게 죄송하다고 말하며 나의 상황을 오픈했다. 가만히 들으시더니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하셨다.
“우울할 때 머리 못 감고 사람들 안 만나는 게 자연스러운 거 아니에요? 그리고 경조증일 때는 사람들 많이 만나는 게 자연스러운 거고. 모든 방면에서 완벽한 사람보다 어딘가 허술하고 구멍이 있고 자연스러운 사람이 더 매력 있던데, 나는~”
머리가 띵~ 했다.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우울한데 잘 웃고 있고 사람들 잘 만나면 그건 우울이 아니지. 너무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그 말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 그래도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너무 힘들고 싫다고 말하자 또 이렇게 말해주셨다.
“조금 멀리서 보면 진폭이 작은 그냥 일직선으로 보이지 않을까요? 더 멀리서 보면 상승곡선일 테고요.”
정말 그렇다. 예전보다 일상생활이 훨씬 더 좋아졌으니 말이다. 멀리서 보면 점점 더 나아져가는 과정이겠다. 마음이 편해진 상태로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친한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차가 막혀서 1시간 넘게 기다리게 됐다. 그 김에 특강 때 입을 옷도 사고 화장품도 사고 오래간만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보냈다. 우연히 친구의 남자친구도 함께 만나게 되었는데 둘이 잘 어울리고 행복해하는 친구를 보니 나도 행복했다. 신나게 놀다가 시간에 맞춰 집으로 가 도윤이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재밌고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