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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

매일 메일 보내드립니다_5일

by 무정인

다시 잠이 쏟아진다. 어제까지 슈퍼비전 보고서를 완성했어야 했는데 야근하면서도 졸려서 잘 못했다. 집에 가져가서도 졸려서 다 못했다. 다행히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9:15분에 완성해서 보낼 수 있었다. 보내놓고 지금 1시간째 졸려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내가 다시 잠이 많이 온다고 그게 서글프다고 말하자 남편이 '그럴 때 됐잖아. 그냥 받아들여. 그리고 다시 올라가잖아' 그랬다. 나보다 나를 더 많이 수용하고 있는 그. 오늘 아침에도 남편이 아이 밥 먹이고, 옷 갈아입히고, 준비물 챙기고 나도 챙겨줬다. 내가 잠이 안 올 때 보은하는 마음으로 그의 아침을 차려주는 이유다.


출근하는데 앙상한 나뭇가지만 가득하던 산에 연두색이 보이기 시작했다. 노란 무더기는 개나리일 테고. 아파트 나무들에도 뾰족뾰족 새순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화분에 심어둔 나팔꽃은 새로이 꽃을 피웠다. 계절은 참 부지런히도 움직인다.


우울할 때는 그런 자연을 보면서도 나와 비교하며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다. 날씨가 안 좋으면 안 좋아서 우울하고 날씨가 좋으면 내 마음은 진흙탕인데 날씨가 좋다고 우울하다. 어쩌란 말이오. 우울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우울함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으면 덜 괴로울까. 경조증일 때의 활기찬 내가 너무 좋다. 그래서 우울함이 더 싫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우울이 찾아왔다. 우울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 있을까. 이렇게 싫어하는데도 계속 찾아오는데 자리까지 내어 주면 얼씨구나 좋다면서 안 가고 계속 옆에 있을 것 같아 두렵다. 상담선생님은 그러지 않다고 계속 피하려고 하니 안 떠나는 거라고 하시는데..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참 쉽지 않다.


한번 노력해 보자. 모든 것들이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봄날.. 나의 속은 깊은 심연 같다.


그럼에도 여러분, 오늘도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마음을 담아.. 무정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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