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기특하다, 나야!
수련수첩 마감을 어제 했다. 6시까지인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수정해서 17:40에 제출했다. 이틀은 거의 밤을 새워서 하고 어제도 하루 종일 8시간을 계속 자리에 앉아서 했던 것 같다. 기간이 임박해서 나오는 초인적인 집중력으로 마무리했다.
그런데 막판에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돼서 수정해야 할 게 10개 이상이 나왔을 때는 진짜 멘붕이었다. 그래도 다시 정신을 붙잡고 수퍼바이저 선생님 5분에게 연락을 돌렸다. 이런이런 상황이라 오전까지 수정하면 승인해 주실 수 있냐고.. 다들 급하게 요청드려 난감해하시긴 했지만 해주신다고 했다. 이걸 놓치면 1년을 또 수련하며 기다려야 하는 것을 아시기에.. 많이 봐주신 거다.
그런데 그중에 내가 제일 존경하고 따르는 소장님만이 오늘은 상황이 안된다고 선을 그으셨다. 그래도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애절하게 한 번 더 요청드렸는데 '이렇게 임박해서 하면 어떻게 합니까?' '여기까지.'라고 톡을 보내셨다. 경계가 분명한 분이라 더 이상 매달려도 안 되겠다는 생각에 '불편하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하고 끝냈다.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정말 좋아하는 분인데 그분의 경계 있음도 좋아하고 존경하는 부분이었는데 좋아한 만큼 서운했다. 지난번 필기시험에서 주수퍼바이저를 거절하셨을 때도 서운했지만 사정이 그럴만하다고 이해했는데 아는 언니에게는 바로 해주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충격이란... 사이가 많이 멀어졌구나 싶었다. 내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가까운데 말이다.
그래서 언니에게 전화하자 언니가 너무 속상하고 화도 나겠다며 위로해 줬다. 소장님 원래 그러시는 거 모르는 거 아니지 않냐고.. 너무 하신다고. 다른 사람들도 그거 때문에 많이 떠난 거 알지 않냐고... 위로가 되었지만 마음은 많이 쓰렸다. 내가 잘못한 게 제일 크지만 너무 차갑고 매서워서.. 다시 연락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다.
휴... 미루고 미루다가 끝에 겨우 완성하는 나의 이 습관을 어쩌면 좋을꼬.. 혼자서만 하는 일이면 그래도 나 혼자 고생하고 마는데 이렇게 수퍼바이저 선생님들까지 엮여 있으니 참 여러 사람에게 민폐를 끼쳤다.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최소 하루 전에는 해야지. 이렇게 다짐하지만... 쉽지 않겠지.
미리미리 하는 사람들이 나는 제일로 부럽다. 우리 남편. 나도 한 달 반 전에 수첩 정리를 시작했는데.. 시간이 남았을 때는 잘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기가 어려워서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조금씩 고쳐보자.
그래도 어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내가 기특하다. 민폐를 끼치는 일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부탁드려서 다시 다 수정해서 최소 요건을 넘길 수 있었다. 딱 3개 더 많이 수퍼비전 받았는데 소장님이 승인 안 해주신 3개를 빼니 딱 최소 수련 요건에 맞았다... 하하;;
결과는 이제 기다리면 된다. 이미 내 손을 떠났으니. 나는 결과가 어떻든 10치 수련을 정리하고 마무리 지었다는 것이 참 좋고 기특하다.
이제 면접 준비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