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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기 Sep 23. 2018

혼자 살아가는 정상인들

서로 의지하고 살아갈 수 있는 짝이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지만, 자의건 타의건 가정을 이룬 후에도 혼자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경우들이 주변에 많다. 낯설긴 하지만, 혼자 산다는 것은 비정상도 아니고, 적응하기 나름이다. 맥주집에 가면 바텐더에 걸터앉아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시키고 스포츠 중계에 눈을 걸치고 여러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 보인다. 나이로 보아서는 마흔서부터 칠십 대까지 다양한데, 늘 아내와 함께 맥주집을 가는 나에게 그들은 낯설게 보이고,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머뭇거리게 된다.  

20대에는 결혼을 안 해도 만날 친구들이 많으므로 외롭지 않지만, 나이 들면 일터를 떠나서 만날 친구들은 많지가 않다. 더군다나 그들이 모두 부부들이면 더욱이 불러내서 만나기 쉽지 않다.  싱글은 싱글들 끼지 자주 어울릴 수밖에 없다. 부부가 보기 좋아 보인다면, 마음에 압박이 된다. 지금 내 처지는 불안정해 보이고, 결여된 것으로 보여서 밥을 먹어도 늘 배고픈 사람처럼 마음이 허전하게 된다. 처음부터 비혼으로 살기로 결심했다면 모를까 나름 의지하고 살려고 짝을 만난 것이라면, 짝이 사라진 상태에서 남은 생을 살아가는 것은 속이 서글거리는 일이다.  

사랑과 결혼, 그 자체는 보기 좋은 일이지만, 적응의 면에서 본다면, 혼자 살다가 누군가 결혼해서 욕실과 침대를 공유하는 것은 애를 써야 하는 일이고 고통이 따르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그 사람과 어느 정도 맞추어서 살만한데, 사라지게 되면, 그 빈자리를 바라보면서 다시 혼자로 사는 것도 오랜 적응과정이 필요하다.  

본질적으로 생과 사는 혼자의 경험이다.  

부부란 만남이기도 하지만, 헤어짐이기도 하다. 어느 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부부관계도 종식이 난다. 잘 풀리면, 노화로 사별할 뿐, 어느 정도는 혼자 살아가야 하는 기간이 마지막 열차로 기다리고 있다. 혼자 사는 것을 결여라고 여길수록 자신은 외로운 존재라는 생각을 걷어버리기 힘들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대변을 혼자 보고, 병원 침실에서 혼자 누워있어야 하듯이, 혼자가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인생의 과정이라고 한 모습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혼자됨이 외로움을 가중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마을을 나서면 이웃이 보이고, 전화하면 친구를 맥주집으로 불러낼 수 있고, 직장에 나가면 동료들을 만나게 된다. 정말 혼자 있는 시간이 하루 중 몇 시간이나 될까? 숲 속에서 오두막을 짓고 혼자 사는 것이 아니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교차하면서 살아가는데 굳이 침실과 식탁에서 옆에 앉을 사람이 없다는 것을 크게 보는 것도 편견이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 같이 식사를 하면서, 아니면 일주일에 한 번 저녁식사에 초대해서 식사하고 와인 들면서 사는 이야기 하고 헤어지면, 배우자와 함께 사는 것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 것일까?  

몸이 아플 때 돌봐줄 사람, 경제적으로 곤궁에 처했을 때 대신 벌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주변에서 고아와 과부를 평소에 도와주면 된다. 그러면 그 복이 언젠가 자신이 쓰러졌을 때, 문이 스르르 열리면서 자기에게 돌아올 것이다. 물리적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현대 사회다. SNS로 장소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사람 간의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정말 이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것일까? 

배우자가 옆에 있다는 것은 있으면 좋은 것일 뿐, (물론 원수가 되기도 하지만)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배우자로부터 받는 이득은 배우자를 가지고 있으므로 인해서 발생하는 손해도 수반한다. 부부가 같이 사는 것이 마음대로 안되는 거야 어찌하랴. 현대사회는 핵가족에서 일인 가정, 편부 , 편부가정, 동성애 가족 등등, 유연하게 변하고 있다. 친구, 짝, 연인, 이런 것들을 항상 달고 다녀야 하는 것도 아니고, 짝이 친구가 되기도 하고, 친구가 연인이 되기도 하고, 이성보다는 동성이 더 좋기도 하고, 아이가 노인을, 노인이 아이랑 살 수도 있다. 독립된 인간은 나이, 성, 인종을 뛰어넘어서 다양한 층을 이루면서 관계를 맺게 된다.  

나이가 어리면, 어떻고 많으면 어떠랴, 50대가 20대랑 사귀든지, 남자끼리 죽고 못살아서 몬타나로 가서 목장생활을 하든지, 어차피 살아있는 동안, 취향대로 연결되고, 끊어지고 할 뿐이다. 배우자가 아니면 말도 섞지 말고, 밥도 먹지도 말라는 강력한 보수주의로 인간관계를 제한하면 본인만 사는 게 외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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