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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기 Jun 11. 2019

그래도 결혼을 하려면 한국이 낫다.

영주권을 바라고 캐나다 오는 청년들에게 결혼은 두 번째 문제 혹은 영주권이 해결되면 어떻게든 되겠지의 분야이다. 짝을 만나서 결혼한다는 것은 확률의 영역이다. 같은 또래의 남녀 미혼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장소에 오래 머물면 결혼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국땅에서 살아가면서 마음에 드는 짝을 만나서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어렵다. 


30세에 유학을 와서 고군분투해서 2년제 대학을 마치고 취업해서 직장을 다니는 남자가 있다. 이제 1년 뒤에는 영주권도 신청할 예정이다. 원하던 목표를 모두 이룬 것 같지만, 결혼 적령기에 외국에 나와서 유학과 취업을 하면서 힘든 일 중의 하나가 이 모든 과정을 '혼자 버텨나가야 ' 한다는 것이다. 외로움, 그것은 익숙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에게 고난이다. 졸업도 하고, 취업도 했고, 이대로 가면 영주권도 손에 쥐게 되지만, 그 이후의 삶은 어떨까? 여전히 퇴근하고 집에 와서 혼자 저녁을 차려먹는 일상의 연속이라면, 무슨 낙이 있을까? 같이 저녁을 먹을 동반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진다. 그런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회사는 외국사람들로 채워져 있고, 집에 오면 별도로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한, 사람을 만날 일은 드믈다. 캐나다에서 동문회, 동아리, 산악회 혹은 교회를 다니거나 하는 것이 아니므로, 만나는 사람이 한정되어 버린다. 누가 이성을 소개해주는 일도 없다. 그간 수백 명의 청년들이 워홀 혹은 유학을 통해서 영주권을 얻게 되었는데, 현지 여자를 만나서 연애를 하게 된 남자는 딱 한 명을 보았고, 그도 결혼에 이르지는 못했다. 반대로 현재 백인 남자를 만나서 결혼에 이른 경우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이다. 그래도 여자는 남자의 프러포즈를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 남자가 외국 여성에서 프러포즈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아마도 진기명기 방송 프로그램에 나갈 정도이다. 


일단 연애라도 해야 결혼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은 유학이나 워홀 중에 현지 여자(백인이든 인도인이든)들과 연애경험을 가지지 못한다. 그렇다면 한국인 남녀들끼리 하면 되지 않을까? 이 또한 흔하지 않다. 잠시 연애는 할 수 있어도, 결혼에 이르기에는 서로 영주권 진행상황도 다르고, 현지 취업도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 이별하고 만다. 유학시절에는 서로 동병상련해서 만나기도 하지만, 직장을 다니게 되고, 영주권도 얻게 되면, 서로 바라는 이상형이 변한다. 


내가 만난 청년들과의 상담을 통해서 얻은 것은 결혼의 입장에서 보면 캐나다 유학은 불리한 선택이다. 마음에 드는 짝을 만나기는 한국이 그래도 낫다. 선택의 폭이 넓고 교류할 기회도 많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것은 서로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기 전에 유학을 오는 것이다. 이들은 유학과정도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순조롭게 버티어 나가고 취업하고, 그 사이에 자녀도 낳고, 영주권도 얻게 되면서 신속하게 전형적인 캐나다 식 가정을 꾸려나가게 된다. 물론, 유학 준비과정 중에 연애를 하다가 막상 유학을 떠날 때 즈음되어서 헤어지는 커플도 있고, 결혼하고 유학을 왔는데 불화가 심해져서 이혼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유학 그 자체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캐나다 가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면서 정착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가장 나은 선택은 한국서 연애하고 결혼해서 유학을 오는 노선이다. 이때 자녀가 없는 것이 좋다. 자녀가 생겨버리면, 한 명은 육아를 해야 하고, 생활비도 올라가게 돼서 가장의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육아, 경제활동 그리고 학업, 이 삼중고를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기왕 캐나다에 와서 취업과 영주권을 얻어버린 싱글들은 결혼을 위해서는 굳이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부탁하여 한국 가서 맞선을 보는 방식도 있다. 남자의 경우는 그래도 가능하다. 따라오려는 여성이 있을 경우. 하지만, 여자 유학생이 캐나다 영주권을 얻은 뒤, 결혼해줄 남자를 한국서 데려오는 것은 쉽지 않다. 평생을 거쳐서 가정에서 내조하겠다는 남자도 없거니와, 남자가 사회생활을 하고자 한다고 해도, 영어를 익혀야 하고, 캐나다에서 취업될만한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냥 집에만 머물 남자는 없다. 


영주권만 목표라면, 단기적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것이다. 종국적으로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가지고 살고 싶다면, 결혼을 잘할 수 있는 포지션으로 바꾸어야 한다. 한국서 연애를 해서 상대방을 설득해서 캐나다로 동반하든가 아니면, 마음의 문을 열고, 캐나다서 만나는 여성들과 적극적인 연애활동을 하는 것이다. 연애도 과업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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