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1 - 기승전 억울하면 출세하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보고 와서 부동산 중개인이 보내는 뉴스레터 이멜에 소감을 남겼다. 빈자와 부자의 갈등을 보면서 결론은 '억울하면 출세하라' 역시 돈을 모아서 가난을 모면해야겠다고 적었다.
하나의 현실을 보면서 사람들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파트 현관을 나와서 쇼핑몰로 들어가는데 현관에서 문청소를 하는 아줌마를 보고, 초등학교 다니는 자기 딸에게 말한다. '너도 공부 열심히 해, 안 그러면 저렇게 된다'
석가모니는 왕의 명령을 어기고 성밖에 나가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 병에 걸려서 고통받는 사람, 나이 먹어서 어깨가 구부정한 노인, 그리고 장례식을 보면서 충격에 빠졌다. 그는 '역시 백성들의 삶은 지저분하고 고통스러워, 나는 성안에서 지내야 해'라는 결론을 얻은 것이 아니다. 반대로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갔다. '인간은 왜 생로병사를 겪어야 하는가?' 그는 가난하고, 병에 걸리고 늙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것이 그들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 공통의 문제라고 받아들였고, 자신은 그 세상의 일부였다.
기생충에 나오는 기택(송강호) 가족은 학교 다닐 때 공부를 못해서, 천성이 게을러서 가난을 겪고 있고, 박사장(이선균)은 근면 성실한 데다가 공부도 잘해서 사장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하고, 가난한 가족에 부잣집에 속이고 들어와서 빌붙어서 냉장고 음식을 꺼내먹고 거짓말하다가, 도련님 생일잔치에 과도 들고 난리 치는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론은 기승전, 역시 사람은 돈이 있고 봐야 해. 그래야 인간답게 자존심을 유지하면서 살 수 있어가 된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많은 사람들이 여기까지만 생각하고 추잡한 영화의 결론을 끌끌거리면서 귀가할 수 있다. 세상은 언제나 그렇듯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거나 생각 자체를 하지 안는다.
15년 전에 남들 앞에서 잘난 척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철학책을 한 권도 제대로 보지 않았으면서 곧 잘 도를 깨우친 듯이 말했다. '그래, 철학자들은 결국 한 가지 사실을 추구한 거잖어. 행복하게 살자'
기승전 결론은 같다.
이 영화, 기생충이 잘 만든 영화라는 것은 기승전 '인간답게 살려면 돈을 벌어야 해'에 있지 않다. 많은 생각을 피어오르게 하는 이 영화에 대하여 하나씩 끄집어 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