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직무 전환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꼭 읽어보세요!
처음부터 커리어를 PM 또는 PO로 시작하는 케이스는 별로 없다고 합니다. 풍부한 경험과 인사이트, 그리고 리더십까지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경력이 부족한 분들이 담당하기에는 쉽지 않기 때문이죠.
저는 디자이너로 경력을 시작해 PO로 직무를 전환했습니다. 오늘은 그 과정과 직무 전환에 도움이 되었던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해보려 합니다.
대학교에서 편집 디자인을 전공한 뒤, 입사한 첫 직장은 디자인 에이전시였습니다. 우연히 회사의 포트폴리오 웹 사이트를 워드프레스로 만드는 일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그때 웹/앱 플랫폼에 매력을 느껴 무작정 스타트업의 UX/UI 디자이너로 이직하면서 IT 업계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또 한 번 이직(사실 저는 프로이직러...)한 두 번째 IT 회사에는 PM이 계셨고, 운이 좋게도 데이터 드리븐을 지향하는 곳이어서 매주 주요 지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주요 지표는 인증 전환율이었습니다. 돈이 움직이는 플랫폼이다 보니 가입 후에 본인 인증을 완료 해야 주요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전사 미팅에서 PM님은 제품의 지표들을 공유해주셨습니다. 매출의 선행 지표였던 인증 완료 전환율이 32%였습니다. 그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오랜 기간 그 수치를 유지해왔고, 누구도 이슈 레이징을 하지 않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었죠.
사용자 경험과 가장 가까운 UX/UI 디자이너로서 가입 후 인증 절차가 어렵다는 사용성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던 터라 PM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저희 인증 전환이 너무 낮은데, 디자인적으로 몇 가지만 변경하면 훨씬 좋아질 것 같아요.”
추진력이 좋았던 저와 PM님은 바로 UT를 진행했습니다. 대략적인 가설은 있었지만, 기왕 변화시킬 거라면 더 확실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거든요.
서비스를 사용해본 적 없는 잠재 유저를 3명 정도 섭외하여 사무실 라운지에서 UT를 실행했습니다. [가입 후 첫 거래를 해보세요.]라는 Task를 드린 뒤, 유저분들의 사이트 사용 방식을 관찰하여 왜 전환율이 낮게 나왔는지 문제를 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화면 디자인과 플로우를 변경하여 전체적인 가입 후 인증까지의 사용자 경험을 업데이트하였고, 배포 후 인증 전환율은 약 67%로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몇 달 뒤, PM님이 퇴사하시게 되었고, 회사에서는 저에게 PM을 병행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사람이 적으니 한 명이 여러 역할을 해야하는 상황이었고, 업무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이렇게 저의 PM 커리어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는 PO만 하고 있어요.)
PO 포지션에 접수되는 이력서를 검토해보면 디자이너, 개발자, 사업 등 다양한 출신의 전문가분들이 지원하시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저도 직무 전환 케이스였기에 지원자분들이 현재 하시는 일에 구애받지 않고 객관적으로 평가하지만, 이력서에 PO로 직무 전환을 하실 수 있을지 역량이 잘 나타나지 않아 아쉽습니다.
PO로 직무를 전환하고 싶다면 노력해야 할, 그리고 어필할 점이 뭘까요? 평소 PO스럽게 생각하면서 PO 머리를 발달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인증 전환율 개선 프로젝트는 저에게 PM과 디자이너를 넘나드는 첫 시도였습니다.
지표를 보고 → 문제를 발견하여 → 해결할 방안을 모색한 뒤 → 제품을 개선하고 → 성과를 만드는 것
PO 뿐 아니라 어느 직업에든 적용할 수 있는 프로세스입니다. 그렇기에 PO로의 직무 전환에 관심도도 높은 거겠죠? 이 사이클을 한 화면이 아닌, 유저의 경험으로, 제품으로, 사업 전반으로 확장해나가면 그것이 곧 PO 더라고요.
디자이너에서 PO로 전환할 때 포기해야만 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디자이너일 때에는 눈에 보이는 것을 만들었던지라 직무 전환 초반에는 기획서도 예쁘게 만들기 위해 디자인 툴을 사용하고, 색깔을 고심해서 쓰고, 그라데이션도 넣으면서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제 더 이상 디자이너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지표를 달성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되다 보니 디자인의 디테일, 심미성 하나하나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되었고, 디자이너에게 위임했습니다. 기획서를 쓰는 것보다는 전략을 더 뾰족하게 잡는 게 더 중요해지다 보니 예쁜 기획서보다는 적은 노력으로 핵심을 잘 기입한 기획서를 쓰게 되었고요. [PO스럽게 생각하기]에는 PO가 아닌 업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을 과감하게 위임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PO에게 필요한 스킬을 단 하나로 정의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PO답게 일하는 방법을 현재의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부터 시작해보세요. PO는 아니지만 PO다운 경력을 차곡차곡 쌓다보면 PO로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게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