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사업가에게 회고가 필요한 이유, 방법

이렇게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 혼자 묻게 될 때

by 이다혜

회사 밖에서 홀로서기를 준비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만만의 준비와 계획 끝에 ‘내 일’을 시작했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역시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어요. 시간이 늘 부족했고, 우선순위에 밀려 끝내 손대지 못한 일들도 생겼어요. 기회처럼 보이는 일이 나타나면 조급한 마음에 일단 벌여 놓고, 그러다 보니 계획에 없던 일들이 하나둘 늘어났습니다.


미용실에 갈 시간을 미루느라 잔머리가 삐죽삐죽 튀어나와 제멋대로 뻗쳐 있는 상태와 비슷했어요. 정돈은 하지 않고 여기저기 손을 대고 있는 느낌에 지금 잘 가고 있는 게 맞는지 점검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 일할 때의 장점이자 단점은 ‘혼자’라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지만, 반대로 말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어도 아무도 붙잡아 주지 않죠.


그래서 1인 사업가에게 회고는 중요합니다. 내 일을 한 발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보게 해주기 때문이에요. 특히 목표와 어긋난 방향으로 관성처럼 흘러가고 있을 때, 목덜미를 잡아 다시 트랙 위로 올려주는 코치 역할을 합니다.






분기 목표의 중요성

여러분은 목표를 어느 단위로 세우시나요? 새해를 맞아 1년 단위로 세우시나요, 매주 혹은 매달 단위로 관리하시나요.


저는 3개월, 즉 분기 단위로 목표를 세우고 회고합니다. 1년은 너무 길어서 ‘아직 시간 있어’라는 착각에 빠져 미루기 쉽고, 1주나 1개월은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기에는 다소 짧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제가 분기 단위로 목표를 세우고 점검하는 방식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1년 목표, 분기 목표, 월간 회고

1. 1년 목표 세우기

분기 목표를 잡으라더니 갑자기 1년 목표? 조금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1년 목표는 장기적인 방향성을 잡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목표를 세울 때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너무 추상적으로 적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예: 유명한 기업에 내 솔루션을 판매한다.


‘내 솔루션을 판매한다’는 행위 자체는 구체적입니다. 하지만 ‘유명한 기업’은 어떤가요? ‘유명한 기업’이 뭔가요? 매출이 높은 기업인가요? 대기업인가요? 조부모님도 아시는 회사인가요?


목표는 누가 읽어도 같은 그림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변경 전: 유명한 기업에 내 솔루션을 판매한다.

변경 후: 10인 이상 기업에 내 솔루션을 판매해 수익 N원을 창출한다.




2. 분기 목표 세우기

분기 목표는 1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세한 전략입니다. 분기 목표 역시 구체적이어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분기 목표를 달성했을 때 1년 목표에 실제로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의 예시를 그대로 가져와 보겠습니다.

1년 목표: 10인 이상 기업에 내 솔루션을 판매해 수익 N원을 창출한다.


이 1년 목표에 적합한 분기 목표는 달성했을 때 수익 N원을 만들 가능성을 높여주어야 합니다. 아직 판매할 솔루션이 나오기 전이라면 구매 대기자를 확보하는 것이 될 수 있고, 솔루션이 런칭된 이후라면 1년 목표의 수익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수익을 목표로 잡을 수도 있겠지요.

분기 목표 예: 솔루션 가격에 대한 인바운드 문의 N건을 만든다.




3. 매월 분기 목표 점검하기

목표를 세웠다면 우리는 아마 해당 분기동안 앞을 보고 열심히 달릴 겁니다. 3개월 뒤에 뚜껑을 열어 결과를 확인하면 정말 괜찮을까요?


앞서 이야기했듯, 1인 사업가에게는 자유도 많고 유혹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분기 목표를 월 단위로 점검합니다. 분기는 머리가 흐트러지기에 너무나 충분한 시간이거든요. 점검 방식은 단순합니다.

1. 분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은지 자신감 점수를 매긴다. (5점 만점)

2. 자신감 점수 –1이 아닌 이유를 적어본다. (예: 자신감 점수가 3점이라면, 왜 2점이 아니라 3점을 주었는가) ➡ 현 상태에서 달성의 주요 원인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3. 자신감 점수가 +1이 아닌 이유를 적어본다. (예: 자신감 점수가 3점이라면, 왜 4점이 아니라 3점을 주었는가) ➡ 현 상태에서 미달성의 주요 원인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참고를 위한 예시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지금 어디에서 잘 가고 있고 어디에서 막혀 있는지 비교적 명확해집니다.

자신감 점수: 2점

1점이 아닌 이유: 아주 운이 좋으면 솔루션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3점이 아닌 이유: 솔루션의 장점이 기업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4. (필요하다면) 업무 조정하기

3번까지 마치고 나면, 목표 달성을 위해 이미 잘 하고 있는 영역과 미진한 영역이 보입니다. 그 다음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미진한 영역에 남은 시간을 재배치하면 됩니다. (물론 실행은 간단하지 않겠지만요)


만약 분기 목표 달성을 위해 ‘알려지는 것’이 부족하다면, 홍보나 마케팅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합니다. 반대로 제품 완성도가 문제라면, 그쪽에 집중해야겠지요.






두려워도 마주하는 용기

회고는 거창한 반성이 아닙니다.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따지고 추궁하기보다, 사업가로서 만들고 있는 내 제품 혹은 아이템이 어디에 서 있는지 확인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저에게 무서운 것을 물어본다면, (벌레 다음으로)치과가 떠오릅니다. 치료 자체도 무섭지만, 진료비가 더 무섭다고들 하죠. 게다가 치아 안 쪽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있으니 치과에 갔을 때 어떤 치료 처방이 떨어질 지 예측할수 없어 검사 내내 불안합니다.


그렇다고 치과에 가지 않으면? 답은 아실거예요. 증상은 더 심해지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병원비는 눈더미처럼 불어나지요.


회고도 비슷해요. 결과를 들여다보는 일은 분명 무서울 수 있습니다. 내 제품의 채점표를 열어봄으로써 마치 내가 심판받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일을 시작한 이유는, 작은 실패를 피하는 게 아니라 언젠가 성공을 만들기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회고는 실패를 막기 위한 점검에 가깝습니다. 남은 시기를 잘 보내기 위해 필요한 건 더 많은 계획이 아니라, 한 번 멈춰 서서 방향을 점검하는 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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