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라트를 만들어도 인생이 그대로인 이유(템플릿 제공)

당신의 인생이 변하지 않는 이유

by 이다혜

만다라트 써보셨어요? 만다라트를 채우면 뭔가 단단해진 기분이 들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인생은 그대로입니다. 바쁘지고, 흔들리다가, 정신 차려보면 똑같은 삶을 살고 있기도 해요. 만다라트가 틀린 걸까요?


만다라트를 이야기할 때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해내는 전례 없는 선수. 오타니가 더 대단한 이유는 실력보다도 목표를 다루는 방식에 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오타니는 만다라트 형태로 목표를 정리했습니다. ‘8 구단 드래프트 1순위’라는 중심 목표를 두고, 그 목표를 가능하게 할 요소들을 세분화해서 배치했지요. 몸만들기, 제구, 멘탈, 인간성, 그리고 운까지. 중요한 건 오타니가 만다라트를 만들기만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각 칸에 적힌 내용은 훈련 방식, 생활 규칙, 행동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오타니의 만다라트는 미래를 허황되게 예언한 도구가 아니라, 일상을 설계한 도구였죠.

103153_product_1546403858978.png 출처: 온오프믹스


대부분의 문제는 만다라트를 쓰고 끝나는 데에서 와요. 만다라트라는 설계도만 그린 후 삶에 이식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그래서 오늘은 만다라트 작성법이 아니라, 만다라트를 실제로 삶에 이식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만다라트의 다섯 가지 비밀

만다라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에 적힌 내용은 대부분 아래 다섯 가지 범주로 나뉩니다.

루틴: 행동이나 습관입니다. 매일 하는 운동, 아침 독서, 주간 회고처럼 ‘하지 않으면 어색한 것들’이 해당됩니다.

정체성: 내가 살아가고 싶은 모습을 정의하는 것들입니다. ‘나는 기록하는 사람이다’, ‘나는 이성적으로 분석하는 사람이다’, ‘나는 실험하는 사람이다’처럼 개인의 추구미, 경쟁력, 방향성을 만드는 축입니다. 자동으로 생기지 않기 때문에, 의식적인 관리가 필요해요.

실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일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원고 작성, 디자이너라면 디자인이나 고객 인터뷰처럼 눈에 보이는 산출물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역량: 어떤 역량은 지금의 실무를 덜 막히게 하기 위해 필요하고, 어떤 역량은 아직 쓰이지 않더라도 미래의 기회를 잡기 위한 투자이기도 합니다.

태도: 무엇을 선택하고, 버릴지 결정하는 내면의 판단 기준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지 잊지 않기 위해서 태도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구분이 아니라 ‘이식’이다

만다라트를 작성하셨다면, 만다라트 안에 적힌 내용들을 위 다섯 가지 기준에 맞춰 분류하세요. 내용의 성격에 따라 어느 하나에 딱 맞아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남에게 보여주는 목적이 아니라 정확할 필요는 없어요. 더 가까운 분류로 배정하세요. 이제 실제로 이식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다섯 가지 분류는 각각 삶에 이식할 수 있는 방식이 완전 다릅니다. 같은 방식으로 관리하면, 반드시 어딘가에서 어긋날 거예요. 이제부터는 다섯 가지 분류를 어떻게 이식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볼게요.






1. 루틴은 ‘결심’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루틴이 실패하는 이유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에요.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결심에서 끝나기 쉬운 게 루틴이에요. 루틴은 '하겠다'는 결심을 넘어서 '하지 않으면 어색한 구조' 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매일 마스크팩 하기’를 루틴으로 적었다면 이렇게 만들어 보세요.

언제? (밤에 샤워한 후에)

어디서? (화장대에서)

무엇 다음에? (토너 바른 이후)

그리고 이 루틴을 만들기 위해 마스크팩을 화장대 위에 올려두면 시스템이 완성되는 거죠. 루틴이 정착되는 순간은, “이다음엔 당연히 이걸 해야겠다”라는 습관이 되었을 때입니다.




2. 정체성은 ‘의식적인 일정’으로

정체성은 하루 만에 만들어지지 않아요. 반복된 행동의 결과로 생깁니다. 정체성이 어려운 이유는, 정체성과 관련된 행동은 당장 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가장 먼저 미뤄지기 때문이에요.


루틴, 실무, 역량은 급해서라도 하게 되지만 정체성은 서서히 잡히기 때문에 늘 “다음에”로 밀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정체성은 의도적으로 일정을 잡지 않으면, 실행되지 않습니다.


본인이 ‘전시를 보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하고 싶다면,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은 전시를 보러 갈 수 있게 캘린더에 반복 일정으로 등록해 보세요.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은 '정체성'을 잡기 위한 나와의 약속이 우선 잡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일정은 미루고 이 일을 최우선으로 하게 되는 거죠. 억지로라도 내 일상에 끼워 넣는 약속이 필요해요. 정체성은 일정 위에 올라간 순간부터 아주 느리게 만들어지니 무리하지 않되 꼭 지킬 수 있게 해 주세요.




3. 실무는 ‘원하는 결과물’로

실무에 대한 결심을 할 때 가장 흔한 실수는 이렇습니다. ‘열심히 하기’, ‘꾸준히 하기’, ‘준비하기’.

이런 말들은 실행을 돕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물어보세요. “그래서 무엇이 남아야 하는가?”


1년 내에 책을 출간하고 싶다면, 남아야 하는 것은 '책'이 됩니다. 그다음에는 이 일을 쪼개서 수행하세요. '책'이라는 결과물을 위해서 초고 작성, 퇴고 N회, 제목 결정, 투고 이메일 발송 등으로 최소 단위의 일로 쪼갤 수 있습니다. 일에 맞춰 일정도 쪼개 특정 시기 동안 해당 일에 집중하여 수행하면 됩니다.




4. 역량은 ‘당장’과 ‘미래 투자’로

역량은 지금 당장 필요한 역량인지, 아니면 나중을 위한 투자 역량인지 한 번 더 구분해 주세요.

예를 들어, 만다라트에 ‘영어’가 적혀 있다면 이렇게 나눌 수 있어요.

당장 필요한 영어 (예: 해외 자료를 읽어야 하는 실무, 외국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 등)

미래를 위한 영어 (예: 언젠가 해외로 확장하고 싶다는 방향성, 아직은 쓰이지 않는 가능성)


이 둘은 이식 방식이 달라요. 당장 필요한 역량이라면, 실무와 연결했을 때 파급력이 크고 관리하기도 쉽습니다. 이렇게 이식할 수 있죠.

영어 자료를 참고해 기획안 작성

막히는 표현만 따로 메모

다음 기획안 작성 시 다시 사용해 보기


반면, 미래를 위한 역량이라면 실무에 억지로 붙이기보다 일정으로 관리하는 게 낫습니다.

주 2회, 30분 영어 원서 읽기




5. 태도는 ‘판단 기준 문장’으로

태도는 추상적이지만, 가장 많은 선택에 개입합니다. 태도들은 당장 성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사람으로, 관계로, 신뢰로 남게 됩니다. 그래서 태도는 루틴처럼 체크하거나, 실무처럼 결과를 따지기보다 판단의 순간에 떠올릴 문장으로 이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이 선택이 상대에게 어떤 경험으로 남을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인가?”


이 문장은 바쁠 때, 갈등이 생길 때, 애매할 때 스스로 되뇜으로써 행동을 미세하게 조정해 줍니다.






만다라트는 쓰는 순간이 아니라, 작동하는 순간에 의미가 있다

만다라트가 인생을 바꾸지 않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삶에 이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루틴은 시스템으로, 정체성은 일정으로, 실무는 결과물로, 역량은 목적에 맞게, 태도는 판단 기준으로.

이 다섯 가지가 각자의 자리로 들어갔을 때, 만다라트는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삶의 뼈대가 됩니다.

만다라트를 작성하셨다면 다시 펼쳐본 뒤, 물어보세요.

이건 계획인가, 아니면 이미 내 삶 안에 들어와 있는 설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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