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함을 채워준 나만의 AI 브랜드 마케터 온보딩 전략
혼자 일을 한다는 것은 자유롭지만, 고독의 무게를 견디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1인 사업가로 홀로서기를 준비하며 가장 먼저 마주한 벽은 '시간의 물리적 한계'였습니다. 기획부터 실행, 마케팅, 영업... 어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일들인데, 하루는 24시간뿐이죠. 당장 급한 불을 끄거나 재미있는 일에 몰두하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일들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미뤄진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어느 순간 발목을 잡았죠.
더 문제는 역량이 부족한 영역이었습니다. 저는 특히 소셜 미디어에 약한데요, 인스타그램에 올릴 콘텐츠를 만들 때마다 이게 맞나 저게 맞나 우왕좌왕했고, 어떤 방향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이게 정말 최선일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결국 도달한 결론은 '나에게도 동료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브랜드 마케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누군가를 고용할 형편이 아니었기에 LLM(거대언어모델)을 활용해 저만의 AI 동료를 직접 만들기로 했어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저의 부족함을 채워줄 든든한 AI 파트너를 고용한 과정을 공유합니다.
무작정 AI에게 "~~~ 만들어줘"라고 말하는 것은, 신입 사원에게 아무 가이드 없이 "알아서 좀 잘해봐"라고 던지는 것과 같아요. 최소한의 업무 가이드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구인구직 사이트를 둘러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필요했던 직무인 브랜드 마케터의 JD(Job Description)를 살펴보기 위해서였죠.
다양한 JD를 꼼꼼히 읽으며 시장에서 요구하는 해당 직무의 자격 요건과 주요 업무를 파악한 뒤 '나만을 위한 맞춤형 JD'를 작성했습니다. 실제 사람을 뽑는다고 생각하고 제가 필요로 하는 자격 요건, 업무 내용, 달성할 지표를 구체적으로 작성했습니다.
JD를 다 만들고 나니 프롬프트가 저절로 생각이 났습니다. 프롬프트에는 아래 내용들을 세밀하게 포함했어요.
업무: 구체적으로 수행해야 할 업무가 무엇인지
달성할 지표: 이 업무를 통해 달성해야 할 정량 지표와 수준(저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로 잡았습니다.)
업무 원칙: 타협할 수 없는 작업의 규칙과 가이드라인
성향과 역량: 이 AI가 가졌으면 하는 성향과 역량(태도와 전문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산출물과 스케줄: 저에게 보고할 산출물의 구체적인 구성과 그 산출물을 내야 보고해야 하는 스케줄
맥락 학습: AI 동료가 일을 이해할 수 있도록 사업 소개, 타겟 고객, 지난 성과 등의 자료 학습(=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아래는 참고를 위한 간략한 예시입니다.
업무: 인스타그램 릴스 콘텐츠 기획 및 스크립트 작성
지표: 상반기 팔로워 N명 달성
조건: 릴스는 30초 이내, 첫 3초 후킹 필수, 해시태그 20개 이상
성향과 역량: 트렌드에 민감하고, MZ세대 언어를 구사하며, 데이터 기반으로 사고
산출물: 매주 목요일 콘텐츠 계획 제출(업로드 요일, 업로드 시각, 제안 이유, 기대 효과 포함)
이후 클로드(Claude), 챗GPT(ChatGPT), 제미나이(Gemini) 등 여러 LLM 서비스에 동일한 내용을 넣어보고 결과물을 확인했습니다. 각각 다른 결과물이 나왔어요. 어떤 것은 제 글을 단순히 줄줄 늘여놓았고, 어떤 것은 과하게 창의적이어서 없는 이야기가 튀어나오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이 LLM이 좋다더라"는 말만 믿고 하나만 쓰지 말아야 합니다. 모델마다 강점이 다릅니다. 논리적인 분석에 강한 모델이 있는가 하면, 창의적인 문장에 능한 모델이 있습니다. 직접 써봐야 알아요. 내 업무, 내 말투, 내 문제의 성격에 맞는 최적의 AI를 찾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무료 버전부터 시작해서 여러 LLM을 돌려보고, 가장 잘 맞는 걸 유료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최대한 다양한 LLM 서비스를 시도해 보세요.
저의 의도와 말하는 톤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기대치에 가까운 결과물을 내놓는 '궁합이 잘 맞는 모델'을 최종 선택했습니다.
단 한 번의 프롬프트로 완벽한 결과물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었습니다. 사람도 첫 출근 때부터 완벽하게 일하지 않으니까요. AI 브랜드 마케터의 제안이 납득되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자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며 AI 브랜드 마케터와 일하는 방식과 호흡을 맞춰가는 중입니다. 결과를 확인하고, 피드백을 주고, 다시 결과물을 받는 과정을 거치고 있어요.
"이 표현은 너무 딱딱해. 좀 더 친근하게 바꿔줘."
"독자의 페인포인트가 잘 표현되지 않았어."
이렇게 몇 번 더 주고받아야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이 나왔어요. 한 번의 프롬프트로 만족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튜닝하면서 최적화해 가는 거죠. 기준을 맞추고, 서로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초반의 디테일한 피드백과 대화가 필요합니다. 디테일한 피드백이 쌓일 때, 비로소 AI는 단순한 봇(Bot)이 아닌 진짜 나의 '동료'가 됩니다.
AI 동료를 만들고 나서 달라진 건,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입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존재가 생겼어요.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니, 비로소 집중할 영역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인 사업가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직원이 아니라, 지금 당장 손을 보탤 수 있는 동료예요. 당신도 지금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보길 권해드려요. 내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명확히 아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