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푹하면 좋겠다

봄소식에 신난 어른들

by 이다혜
2026년 2월 9일 발행된 뉴스레터 <낯선 어휘집>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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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영어 시간에 미국에는 Ice breaking이 있다고 배웠었어요. 주제는 주로 날씨, 스포츠라는 것도요. '날씨로 무슨 할 이야기가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인사말을 쓸 때마다 날씨에 따른 안부를 적고 싶어집니다.

저는 매일 라디오를 듣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캐럴과 하얀 눈 노래들이 흘러나왔거든요. 그런데 입춘이 지나자마자 봄 노래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봄이 오면, 봄눈, 봄처녀, 봄바람, 봄날, 봄이 와, 개화, 입춘, 꽃송이가, 눈 녹듯... 생활 양식, 기분, 풍경, 태도 등이 날씨에 엄청나게 영향받고 있다는 사실을 사뭇 느껴요.

기나긴 겨울도 마지막 달인 2월에 접어들었네요. 2월은 다른 달보다 짧은 데다가 이번에는 연휴까지 있어 황급히 이별 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계절의 교차점에서 오늘은 날씨 얘기 맘껏 나눠봐요.

다음 주는 설 연휴로 쉬어가고 2월 23일 월요일에 다시 만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번주 낯선 단어>
푹하다: (형용사) 겨울 날씨가 퍽 따뜻하다.

이렇게 사용해요

이번 주 낯선 단어 '푹하다'를 사용한 글을 소개합니다.

날씨가 푹해지는 걸 보니

곧 봄이겠군.


네가 물었다.

이번 봄에

다른 이들처럼 빛날 수 있을까.

티 없이 웃으며 꽃송이를 맞을 수 있을까.


나는 답했다.

아니지.

빛나는 사람만 빛을 받으란 법은 없지.

시간과 자연은 공평하게 주어지잖아.

빛이 없을수록 더 받아야지.

이기적인 마음으로


너는 그렇네 라고 한다.

나는 내 말을 듣고 생각한다.

내가 너에게 답했듯이

내가 나에게 답하면 좋겠다

내가 너에게 다정했듯이

내가 나에게 다정하면 좋겠다


겨우내

내 몫의 푹한 말을

미리 떼어 놔야지.

조르고 졸라도

절대 나눌 수 없게.

이기적인 마음으로







푹한 연휴에 바깥 놀이를 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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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주는 말이 안 될 정도로 추워서 나갈 일은 거의 만들지 않고, 나가더라도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어요. 우연히도 입춘 날은 따뜻해서 오랜만에 산책하게 되었는데요, 어디서 "드드드득"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주변을 둘러보니 평소 본 적 없던 새라 찾아보니 큰오색딱따구리가고 하네요. 길쭉한 부리로 뭐 먹을 게 있는지 나무 기둥을 쪼아대더니 성에 안 찼는지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더라고요.

동지 이후로 조금씩 길어지는 해 덕분에 아주 천천히 땅이 달궈지고 있는 시기에요. 이번 연휴는 동계 올림픽도, 특선 영화도 좋지만, 날씨가 푹하면 밖에 나가 1년 만에 다시 만나는 반가운 친구들을 찾아 맞이해주면 어떨까요?

큰오색딱따구리: "드드득" 나무 쪼는 소리와 함께 큰오색딱따구리를 만날 수 있어요. 날개를 펼칠 때마다 깃털 안쪽에 숨겨뒀던 새빨간 털이 살짝 보이는데, 그게 참 예쁘더라고요.

목련: 요즘 목련 가지 끝을 보면 보송보송한 털로 덮인 겨울눈이 달려 있어요.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연회색 부드러운 털이 마치 작은 털코트처럼 추위를 견디며 봄을 기다리고 있어요.

산수유: 산수유는 겨울눈이 통통하고 끝이 뾰족한 게 특징이에요.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라 입춘 무렵에는 겨울눈 속에 이미 샛노란 봄을 품고 있답니다.

주목: 사철 푸른 주목은 진한 짙녹색 이파리 사이로 새싹이 돋아나요. 새로 나온 잎은 형광 연둣빛으로 빛나서 겨울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나무의 활기가 느껴져요.

길고양이: 입춘이 지나 조금씩 따뜻해지니 길고양이들도 하나둘 밖으로 나오더라고요. 양지바른 곳에 앉아 겨울 내내 움츠렸던 몸을 쭉 펴고 일광욕하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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