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 하숙집에서
이영진
"우리 이제 일본 유학 마치고 돌아가면 유명한 사람이 될터이니 서로 호를 지어주세"
양주동의 제안에 이은상은 그러자고 했다.
"자네 고향은 마산이니 그곳에 유명한 산 이름은 무언고?"
"내 집 뒷산이 노계산이네만"
"그럼 고향을 그릴 겸 중간 계 자는 빼고 노산 어떤가?"
이은상은 좋다고 끄덕이며 양주동을 오래 보더니
"자네는 지월로 하시게."
"지월? 무슨 뜻인고?
땅 지, 달 월, 땅달? 아니 이 사람이....."
양주동은 키가 작았다. 땅달보.
죽을 때까지 한번도 그 호를 쓰지 않았다. 스스로 '무애'(막힘이나 걸림이 없는)라 부르고 다녔다. 100년 전 쯤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