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잃자 말이 먼저 사라졌고
그 다음은 이름이었다. 병상에 누운
아버지는 이름까지 빼앗겨 살았던
긴 세월을 낮은 목소리로 들려주셨다.
전쟁이 나면 나가 싸워야 하느냐 묻자
아버지는 오래 눈을 감았다가 말씀하셨다. “싸워야지. 나라를 빼앗긴다는 건 모든 것을 빼앗기는 거다.” 그 눈빛이 지금도 내 안에 살아 있다. 일제 시대가 더 행복했다 말하는 가벼운 혀를 볼 때마다 가슴이 먼저 찢어진다. 시인 윤동주는 자신의 이름을 일본 이름으로 적어 내고〈참회록을 썼다. 이름을 잃는다는 것,
그것은 자기 자신을 잃는 일이다.
107주년 삼일절에 / 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