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by 이영진

조그만 바람에도 모습을 바꾸는 사막에선

먼 길 떠나기 전 무거운 짐을 실은 어미 앞에서

새끼 낙타를 죽여 땅에 묻는다 별을 보고

길을 찾는 상인들도 가끔 길을 잃지만

어미는 반드시 새끼 무덤을 찾아 온다

낙타는 물이 없으면 가시나무를 씹어 입안과

혀에서 나오는 피를 마시며 걷는다 아무런

짐도 지지 않은 낙타는 비상 식량이다

길을 잃고 먹을 것이 떨어지면 그 피와 살을

먹으며 걸어야 한다 삶이란 얼마나 잔인한

일이냐 자식들에게 보험금 주려 달리는 차에

뛰어들었다는 어느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밤이다


낙타 / 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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