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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연 Jul 28. 2023

불신사회

시는 문제의식에 그 뿌리를 둔다. 적어도 내가 이 공간 안에 멋대로 펼쳐 놓은 녀석들은 그렇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이다. 이 공간에서 자유롭게 놀고 있는 녀석들이 우리의 문제의식을 살짝 건드리기라도 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는 가식적인 사람이었다. 항상 웃고 있었지만 그것은 마치 웃는 모양으로 만들어진 ‘탈’과도 같았다. 완벽히 드러나 보이는 그의 하얀 건치들을 보고 있자면 그 탈을 조각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을 그의 모습이 상상됐다. 그의 가식이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가 처한 상황 안에서 그는 아마도 충분히 가식적일 권리가 있었을 테다. 내가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이지 가끔은 그 자식의 탈을 산산이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드는 건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것 또한 나만의 상황 안에서 내가 가진 권리가 아닐까 하고 합리화시키게 되는 나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그는 항상 웃고 있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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