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청년들
이곳은 항상 습하다. 특히 비만 한번 왔다 치면 그 습함은 더욱 거세다. 하지만 나에게 큰 문제는 아니다. 적응이 된 것일까.
집주인에게 도배는 새로 해달라고 했어야 했다. 이렇게 거슬릴 줄은 정말 몰랐는데, 내 잘못이다. 지저분하게 뜯긴 벽지를 기어올라가는 벌레 한 마리가 보인다. 며칠 전 봤던 놈과 닮았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검은콩같이 생긴 것이 기분을 나쁘게 하는 재주가 있다. 거슬린다.
녀석은 무엇을 찾는 중인 듯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같은 자리를 비잉- 비잉-
휴지 두어 장을 조용히 뜯고 오른손에 든 후 녀석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오 분이 지나고 십 분이 지나도 녀석은 원을 그리며 그 자리를 방황할 뿐, 멀리 도망가거나 사라질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왜 계속 돌기만 하는 건지, 불쌍하게시리. 삼십 분쯤 지나자 녀석을 없애 버리려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너도 살아있는 생명체인데, 너 하나 죽여서 무엇하랴.
불쾌한 습도는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제습기라도 하나 장만해야 하나, 중얼거렸지만 얼어 죽을, 제습기를 사지 못할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제습기를 구입할 돈이면 적어도 일주일은 끼니를 때울 수 있었으니까. 축축함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겼다. 밖은 쌀쌀했지만 적어도 이 불쾌함은 조금 진정될 것 같았다. 아, 불쌍한 그 녀석도 데려갈까 하고 뜯긴 벽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녀석은 이미 그 자리를 떠난 뒤였다.
아, 너는 이곳을 떠날 수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