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연 Jul 31. 2023

자취방

길을 잃은 청년들

이곳은 항상 습하다. 특히 비만 한번 왔다 치면  습함은 더욱 거세다. 하지만 나에게 큰 문제는 아니다. 적응이 된 것일까.


집주인에게 도배는 새로 해달라고 했어야 했다. 이렇게 거슬릴 줄은 정말 몰랐는데, 내 잘못이다. 지저분하게 뜯긴 벽지를 기어올라가는 벌레  마리가 보인다. 며칠 전 봤던 놈과 닮았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검은콩같이 생긴 것이 기분을 나쁘게 하는 재주가 있다. 거슬린다.


녀석은 무엇을 찾는 중인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같은 자리를 비잉- 비잉-


휴지 두어 장을 조용히 뜯고 오른손에 든 후 녀석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오 분이 지나고 십 분이 지나도 녀석은 원을 그리며 그 자리를 방황할 뿐, 멀리 도망가거나 사라질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왜 계속 돌기만 하는 건지, 불쌍하게시리. 삼십 분쯤 지나자 녀석을 없애 버리려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너도 살아있는 생명체인데, 너 하나 죽여서 무엇하랴.


불쾌한 습도는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제습기라도 하나 장만해야 하나, 중얼거렸지만 얼어 죽을, 제습기를 사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제습기를 구입할 돈이면 적어도 일주일은 끼니를 때울  있었으니까. 축축함을  이상 참을  없어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겼다. 밖은 쌀쌀했지만 적어도 불쾌함은 조금 진정될  같았다. , 불쌍한  녀석 데려갈까 하고 뜯긴 벽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녀석은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아, 너는 이곳을 떠날 수 있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독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