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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연 Aug 01. 2023

구름빵

욕망에 잠식된 사회

숨을 쉴 수가 없다. 어제는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눈가에 까칠한 무언가 걸려있음을 느꼈다. 모래판에서 씨름을 한 것도 아니고 해수욕장에서 구르다 온 것도 아닌데, 아니 단지 길을 걷다 온 것일 뿐인데 눈가에 모래 같은 무언가 걸려있는 현상. 이게 정말 정상적인 것인가? 분명 십 년 전쯤에는 이렇지 않았다. 십 년 전쯤에는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었단 말이다. 왜 우리는 꼬박꼬박 세금을 내가며 눈에 모래를 묻히고 살아야 하는가. 정확히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한번 제대로 검토해 볼 의향은 있기나 한 것인가.

 

숨 쉬고 싶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되찾고 싶다.




화력발전의 경제적인 장점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경제성 운운하며 화력발전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너에게,  모든 문제의 원인은 고등어, 또는 무조건 중국이라며 뻔뻔하게 안면 몰수하는 너에게 미세먼지로 정성껏 구운 구름빵을 대접하고 싶은  어찌할  없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미세먼지 구름빵은 맛도 좋고 가격 또한 저렴해서 너의 가계(家計)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을 테니.

 

자 먹어라, 너를 위해 준비한 빵이다. 네가 찬양하는 화력발전의 찬란한 결과물이다. 자, 먹어라.















먹으라고.




사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이것은 우리 욕망의 처절한 결과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것은 개인의 잘못도 아니고, 어떤 한 국가의 잘못도 아니며, 세계경제를 이끄는 대기업들의 잘못만도 아니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기에 기업은 만들 뿐이고, 기업이 만들어야 하기에 국가는 기업과 발맞출 뿐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조금 염세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우리가 존재하기에 벌어진 결과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상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없다. 처참하고 슬프지만 그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문제라는 명확한 인식을 머릿속에 탑재하고, 죽이 되던 밥이 되던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만이 우리 인간을 위대하고 고귀하게 만들어 준다고 믿는다.


그리고 진심으로, 우리 아이들 세대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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