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실망이에요.

한 독자가 말했다. 작품보다 못한 작가의 삶에 실망했다고.

by 이우

"작가님 실망이에요." 한 독자로부터 DM을 받았다. 그녀는 나의 장편소설『레지스탕스』를 읽은 독자였다. 인스타그램 속 작품의 주인공과는 다른 삶을 사는 소설가의 모습에 실망했다고 했다. 어떤 모습들이 별로였는지를 지적하기까지 했다. 사실 소설은 하나의 창작된 세계이기에 소설가가 작품과 동일하게 살아야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소설가로 세상과 소통하려 했던 나의 모습들이 오히려 어떤 독자에게는 실망을 안겨주고 있었다. 작품보다 못한 소설가. 작품을 좋아하고 작가에 대해 기대했던 만큼 내게 실망한 것 같았다. 예나 지금이나 소설가로 큰 꿈을 갖고 있던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돌이켜보면 나의 인스타그램에는 소설가로서의 성취욕과 야망이 과하게 투영되어 있을 때가 있었다. 마치 원피스의 루피가 해적왕이 될 거라고 떠벌려놓고 그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것처럼, 나의 목표들을 때로는 과하게 떠벌려놓곤 했다. 더불어 자기애와 자존감도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었다. 원래 결핍이 많은 사람들이 SNS에 자신을 투영하곤 한다. 그게 나였다. 근 7년 동안 1년에 한 권씩 출간하며 열심히 나아가고 있었지만 목표는 멀기만 했고, 과정은 힘에 부치기만 했다. 그리고 문학적 성취는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다 보니 본능적으로 SNS에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고, 과장하기도 했다.


때로는 SNS에 투영하는 나 자신에 지치기도 했다. 정진하고 집필하는 나 자신보다 허영으로 쌓아 올린 내 자의식이 너무 커 오히려 압도당할 때도 있었다. 독자의 메시지에 상처를 받았던 건 내가 애써 부정하던 사실들을 일깨웠기 때문일 것이다. 성취보다는 목표가 컸고, 자존감보다 자의식이 강했다. 원래 진실은 불편한 법이다. 게다가 당시 나는 수술을 세 차례나 하며 건강도 무너졌고, 멘탈도 약해져 있었기에 그녀의 한 마디는 계속해서 내 삶에 메아리쳤다. 인스타그램이 작품의 감상을 방해할 정도였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었다. 잠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SNS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자문해 봤다. 쉽게 답할 수 없었다. 나는 그동안 SNS를 일종의 존재의 방식 중 하나로 여기고 살아왔다. 가령 나는 이십 대에 30개국을 홀로 여행하고, 그곳에서 거주하며 노마드처럼 살았다. 혼자서 머나먼 타지에 그토록 오랫동안 있을 수 있었던 건 사실 SNS 덕분이었다. 나는 낯선 세계에 홀로 있었지만 SNS를 통해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그래서 혼자였지만 더 멀리 갈 수 있었다. 소설가로도 마찬가지였다. 문학 작품을 창작하는 건 절대적 고립 속에서만 이루어진다. 하지만 SNS에 나를 투영하는 한, 그 과정이 그리 외롭지만은 않았다.


오늘날 SNS는 현대인의 실존과 직결되는 삶의 양식이 되어버렸다. 피드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소설을 통해 문제 삼았던 적도 있다. 바로 『페르소나를 위하여』라는 작품이다. 소설 속 인플루언서인 수림은 현실 속 비루한 자신과, 인스타그램 속 아름다운 자신 사이에서 극심한 괴리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현실 속 내가 자신인지, 인스타그램 속 자신이 진짜 자신인지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극단적인 순간을 맞이한다. 그녀는 현실의 삶을 포기하고 인스타그램 속에 화려하게 남기를 선택한다. 이 작품은 한 여인의 이야기였지만, 사실 나의 실존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다.


한동안 인스타그램을 줄이고 잠시 본질에 집중하며 독서와 집필에 매진하는 삶을 살았다. SNS의 의존성을 줄였더니 무너진 내면이 많이 회복되었다. 5월과 9월에는 신간을 출간한다. 그렇다면 진실된 삶을 살기 위해 SNS를 그만두는 게 좋을까. 언젠가 때가 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당장에는 그럴 수 없다. 나 역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자 소설가로서, 내 실존의 문제는 SNS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다만 방식을 전환하기로 했다. 인스타그램에는 내가 스케치한 나 자신이 존재한다. 앞으로는 채색할 수 있을 만큼의 나를 보다 진실되게 스케치하고, 부단하게 채색하며 살아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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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agram.com/leewoo.sse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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