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김영숙의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 Review
책의 표지를 장식한 그림은 바로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입맞춤」이다.
그림 속의 두 사람이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조국을 위해 곧 출정할 청년이 연인을 찾아가 마지막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 보면 계단 위에 올려 둔 한쪽 발이 눈에 띈다. 이는 곧 떠나야 하는 상황임을 상기시키는 설정이다.
그림의 왼쪽 아래에 보이는 한 남자의 그림자도 주목할 만하다. 남자를 재촉하는 동료일 수도 있는 이 그림자는 전쟁이 가져다 줄 엄청난 고난들을 암시한다.
이처럼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유추하기 힘든 부분들이 도서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에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마치 명화의 중요한 포인트 위에 돋보기를 올려두고 자세히 살펴보는 것만 같다.
가톨릭교회의 제2경전인 <유딧기>에서는 이스라엘 베툴리아 지역을 아시리아로부터 구한 과부 '유딧'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시리아의 장수 홀로페르네스가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오자 유딧은 깨끗하게 몸을 씻고 화려한 옷과 장신구로 치장했다. 작정하고 나선 그녀에게 홀로페르네스는 쉽게 넘어가고 말았다.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유딧은 상대가 방심한 순간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내리친다.
그리고 위의 그림은 카라바조가 표현한 유딧이다.
피라도 튀길까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뒤로 뺸 유딧의 모습에서는 연약함이 느껴진다. 하녀 한 명을 데리고 적의 진영으로 천연덕스럽게 쳐들어가 목을 베어낸 여인이 그저 '어여쁘고 소녀스러운'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카라바조는 '남자들의 눈을 홀릴 만큼 요란하게' 꾸몄던 유딧에게 집중한 것이다.
그런 카라바조의 그림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유딧과 자주 비교된다. 아름답게 단장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젠틸레스키의 유딧은 피가 튀길까 몸을 사리는 소녀가 아니다.
그녀와 하녀는 홀로페르네스를 완전히 제압하며 강인한 투지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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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동일한 '유딧'을 주제로 하면서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 두 개의 그림이 탄생되었다. 이는 작가들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흥미로운 현상이다.
또한, 책에서는 최후의 만찬을 그린 여러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것으로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야코포 바사노의 「최후의 만찬」을 비교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이렇게 같은 주제를 다르게 표현한 작가들을 살펴보는 것이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의 재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해당 도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은 바로 거장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자연스럽게 언급한다는 것이다.
가령, 미켈란젤로는 추기경 비아조 다 체세나가 그림이 벌거벗은 사람투성이라며 욕을 하자 그의 얼굴을 본떠서 지옥의 심판관을 그렸다. 당나귀 귀를 하고 성기마저 뱀에게 물려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한 추기경은 교황에게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미켈란젤로는 햇병아리 조각가 시절 「잠자는 에로스」를 제작한 뒤 고대의 유물이라며 속여 판매하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광장으로 작업물을 옮겨 마무리하던 미켈란젤로에게 당시 피렌체를 이끌던 수장 소데리니가 점잖게 훈수를 둔 일도 있었다. 조각상의 코가 너무 크다는 지적을 받은 미켈란젤로는 어쩐지 순순하게 사다리를 탔다. 뭔가 찧는 소리가 나더니 돌가루가 떨어졌다.
소데리니는 "이제야 완벽하다"고 소리 질러 응답했지만, 사실 미켈란젤로는 조각의 코를 건드리지 않았다. 주머니에 묻어 있던 돌가루를 떨어트렸을 뿐이다.
그렇게 완성된 조각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다비드」이다.
이렇게 거장들의 인간적인 부분을 엿보며 그들과 사람 대 사람으로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은 거장들의 인생에도 돋보기를 가져다 대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상 어디에도 없을 최고의 걸작을 만든 미켈란젤로와 스탕달이 보고 기절했을 만큼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귀도 레니. 6번 결혼한 왕의 초상화를 그린 한스 홀바인. 흩뿌린 물감으로 현대 미술에 혁명을 일으킨 잭슨 폴록까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을 읽다 보면 단숨에 서양 미술의 모든 것을 독파할 수 있다. 저자인 김영숙은 작품의 조그만 디테일들을 마치 돋보기를 가져다 댄 것처럼 독자들에게 해석해 준다. 심지어는 거장들(특히 미켈란젤로)의 숨기고 싶었을지 모를 인생사마저 속속들이 일러주니, 미술과 가까워지는 데에는 이만한 책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만약 서양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예술의 중심인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친해져 보는 건 어떨까. 김영숙 저자의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이 당신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