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인디애니페스트2024 Review
국내 유일의 아시아 독립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인 「서울인디애니페스트2024」가 올해로 20회를 맞이했다. 올해의 슬로건은 '이영차'로, 길고 긴 밤에 모두가 힘을 합치면 어둠이 빛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구호다.
올해 페스티벌은 9월 26일(목)부터 10월 1일(화)까지 CGV연남에서 진행됐다. 처음 참여해 보는 활동이라 긴장을 하고 갔지만 일반적인 영화 시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2시간가량의 '아트 컬리지 1994'를 제외하고는 단편이 대부분이라 여러 작품들을 모아서 연속적으로 상영했다는 점이 독특했다.
따라서 타이틀에는 특정한 작품의 제목 대신에 다른 이름이 붙는다. 일반 국내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독립보행, 학생 작품끼리 경쟁하는 새벽비행, 웹애니메이션 경쟁 부문인 랜선비행, 장편 경쟁 부문인 미리내로, 아시아 지역 경쟁 부문인 아시아로, 그리고 감독들을 초청한 파노라마, 국내초청, 해외초청이 있다.
이 중에서도 독립보행3과 파노라마2를 감상하며 많은 감명을 받을 수 있었다. 모든 작품에 박수를 아끼지 않으며 감탄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나 인상 깊었던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설레는 마음이 최대치를 찍은 상태에서 감상한 첫 작품이었다. 영화관을 찾기 전부터 기대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독립보행3을 선택한 이유였다. 제목부터가 특이하고 인상 깊었다.
영화관 불이 꺼지고, 해변을 배경으로 한 나레이션을 시작으로 작품이 시작됐다. 상영 전에 접했던 정보라고는 소개 글과 제목 정도였기 때문에 내용에 관한 기대가 충만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기대는 당황으로, 그리고 경악으로 바뀌었다.
주인공인 베가는 외로운 청년이다. 모나지 않은 동그라미 얼굴을 가진 비둘기들과 다르게 네모난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아름다운 직사각형이나 정사각형이 아닌 찌그러진 평행사변형 모양이다. 그러다 하늘에 떠 있는 별자리처럼 세모난 얼굴을 가진 고라니 아이돌을 만난다. 그들은 환상 속에서 기쁨의 노래를 부르지만, 어느 날에 고라니 아이돌이 로드킬을 당하게 된다.
시끄러운 충돌음과 함께 신나던 음악이 멈추고 정적이 흐르는 순간,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이상화 감독의 기괴한 연출이 충격을 더했다. 그제야 고라니와 로드킬의 상관관계가 떠올랐다.
대체 감독이 어떤 사람이 궁금해서 상영이 끝난 후에도 떠나지 않고 GV에 참여했다. 누군가 고라니라는 존재를 아이돌로 비유한 이유를 묻자 감독은 이렇게 대답했다. 여러 미디어에서 신성시되는 사슴과 달리 고라니는 사이즈도 작고 못생긴 편이다. 그렇기에 성스러운 것과 상스러운 것이 공존하는 존재를 아이돌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더불어서 고라니는 한국에만 많은 동물이기도 하다.
K팝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떠올리게 되는 작품이었다. 우상을 갈망하는 행위가 진정으로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을까? 팬들이 느끼는 충족감 중에서 일부는 허상이 아닐까?
고라니가 무대에서 받던 스포트라이트와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는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고라니는 세모난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세모난 얼굴은 흔하지 않다. 특별한 존재인 고라니는 모두의 선망과 주목을 받는 아이돌이다. 그렇기에 고라니가 존재하는 공간은 빛으로 충만하다. 작은 손짓 하나도 놓치기 싫어하는 눈동자들이 많으니 당연한 일이다.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받게 된다.
멀리에서 고라니에게 황홀감을 안겨주던 조명은 가까이로 다가오자마자 위협적으로 변하게 된다. 동일한 빛이지만 거리의 차이로 인해 결과도 뒤집혀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빛이 상징하는 것은 '관심'이 아닐까? 거리를 유지하며 던지는 관심은 대상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만, 선을 넘는 순간 서로를 파멸로 이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비춘 고라니는 도로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초라한 모습이었다는 점도 인상 깊다. 과도하게 다가가자 화려하던 아이돌은 사라지고 평범한 고라니가 남았다. 그 사실은 자동차 안의 주체도, 도로의 객체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고라니를 비춘 헤드라이트의 주인이 베가라는 점이 상징적이라고 생각한다.
동그라미들 사이에 섞이지 못하고 외로워하는 네모의 유일한 행복은 고라니뿐이다. 네모는 고독과 무기력에 빠질 때마다 회피하듯이 고라니와의 세상으로 떠난다. 물론 솜사탕 같은 환상이 녹아내리고 나면 차가운 세상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베가는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결국 나중이 되어서는 닿을 수 없는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 간절하게 뒤쫓아가게 된다. 그런 베가를 피해서 도망가던 고라니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선망하던 존재의 사고 이후로 베가는 전보다 더한 공허감을 느끼게 된다. 멀리서 지켜볼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베가에게 고의성이 없었다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고라니를 가까이하지 말라고 알려주지 않았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려 준 사람도 없었다. 외로워하던 네모가 세모에게 과도하게 빠져들었던 일을 비판하는 행위가 옳다고 할 수 있을까?
과연 고라니 로드킬 사건의 가해자는 누구인가?
감독은 '현실의 비둘기들이 그들을 차가운 세상으로 끄집어내려 한다'고 설명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비둘기들이 베가와 고라니에게 관심 자체가 없다고 느꼈다. 베가를 사랑했던 비둘기조차 '베가를 사랑하는 나'에게 집중한 느낌이었다. 네모의 심연을 들여다볼 의지가 없었고 당사자도 그것을 느꼈기 때문에 깊은 공허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렇다면 방관하고 있던 비둘기들을 탓해야 할까? 각진 네모를 억지로 끌어다 사포로 갈아서 동그랗게 만들었다면 모두가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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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고라니 로드킬 사건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존재는 없다. 그러니 현실의 문제로 치환하고 나서도 특정 부류에게 손가락을 들이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가해자를 단정 짓지 않고도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그리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차에 치이는 고라니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K팝 산업에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논의하는 현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상화 감독의 「고라니 아이돌과 나」는 많은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관객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위의 내용은 전부 개인적인 해석이기에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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