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go to the jisokuryClub!
남들이 홍대 클럽에 갈 때 나는 지소쿠리클럽에 간다. 전국적으로 돌아다니는 클럽이라서 가끔 따라가기 벅찰 때도 있다. 올해 하반기에만 해도 제주에 갔다가, 올림픽 공원에 갔다가, 춘베리아 특급열차를 타고 춘천에 가서 공연했다. 크리스마스에는 부산에 내려가더니, 오늘은 고양 킨텍스에 가 있다.
조금 돌려 말해 봤다. 지소쿠리클럽이 그만큼이나 핫한 밴드라고 알려주고 싶었다. 2022년에 결성되어서 요즘 들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디밴드.
느긋한 해변의 오후를 떠올리게 만드는 JisokuryClub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피싱팝, 캠핑락이라는 말을 이번에 처음 들어봤다. 알아보니 지소쿠리클럽이 만들어 낸 용어라고 한다. 멤버들이 좋아하는 음악과 캠핑, 낚시를 결합시켜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냈다. 자기 PR이 뛰어난 밴드라는 생각이 든다. 장르명을 듣자마자 그들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자연의 산뜻함과 여유로움이 단번에 다가온다.
기존에 존재하는 카테고리에 들어가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할 정도로 색이 뚜렷한 밴드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멤버들이 각자 추구하는 사운드나 음악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이다. 산수는 재즈적인 음악을 좋아하고, 제로는 락 스타일을 선호한다. 빈은 비어 있는 소리를 좋아하며, 홍비는 통통 튀거나 재치 있는 음악을 좋아한다.
어떻게 모였는지 신기할 정도로 취향이 다른데 놀랍게도 불협화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의 개성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지소쿠리클럽만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있다.
Heard you hang out with JB
Takes you to the best steak house
what if he is involved with you know Mafia stuff
I just have peanut butter no one is after me
I just have peanut butter will you be after me?
나른하면서 빈티지한 밴드 사운드에 장난스러운 가사가 더해진 곡이다. 이미 잘난 사람과 어울리고 있는 상대에게 당당하게 어필하고 있다. 돈 많은 그는 마피아와 연루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아무도 노리지 않는 안전한 피넛 버터뿐이라고.
뻔뻔한 태도에 스며들어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빵을 사고 싶어진다.
I just have peanut butter will you buy me some bread?
나에게 땅콩버터가 있으니 빵만 좀 사 와줄래?
가진 것도 없으면서 웃어대는 남자에게 끌리는 심정을 조금 알 것도 같다.
Taking a long shower
Hi to the mirror
brushing teeth?
Hmm pass for today
work, shit, sleep and work, shit, sleep...shit. 매일같이 일하고 똥 싸고 잠잔다.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피곤함만 쌓여간다. 그 와중에 남들은 퇴근해서 운동가고 공부한단다. 취미라도 즐기며 삶을 다채롭게 보내야 하나 싶다가도 집에 도착하면 침대로 다이빙이나 하고 싶어진다. 시간은 잘만 흘러가는데 손에 잡히는 것은 딱히 없고 다크서클만 짙어져 간다.
그럴수록 썩은 얼굴로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을 외쳐보자. 삶이 피곤하고 무료하다고 좀비처럼 지내면 전부 내 손해다. 당신에게는 필시 도파민이 필요하다. 오늘은 기꺼이 무리해서 뒤죽박죽이고 엉망진창인 밤을 보내자.
Done asking twenty, if she really surely
needed to go
as Getting closer, closer
Heavier the bike slow down
잠시도 떨어져 있기 싫어하는 화자의 애절함이 귀엽고 짠하게 다가오는 곡이다. 캐리어에 들어가서 숨죽이고 있을 테니 나를 데려가라니. 모종의 책임감까지 느껴질 정도로 간절해 보인다.
그런데, 노래를 듣다 보니 그런 생각도 든다. 여자 쪽에서는 해방감도 아주 조금 느끼지 않았을까? 가사의 상태를 보니 근래 들어 조금도 떨어져 있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다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에 조금은 설렜을지도 모른다.
전체적으로 산뜻하고 편안하면서도 설레이는 느낌이 드는 음악이다. 공기는 차갑지만 햇살은 따뜻한 어느 겨울날에 캐리어를 끌고 훌쩍 떠나는 것만 같다.
요즘 들어 하루하루가 잔잔하게 치열하다고 느낀다. 사력을 다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나름대로 애를 쓰다가 해가 지면 쓰러지듯 잠에 든다. 작년까지만 해도 놀기 좋아하는 애송이였는데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건가 싶기도 하다.
은근하게 바쁜 하루가 이어질수록 휴식이 소중해지고 있다. 휴일이면 필사적으로 정적인 하루를 보낸다. 바로 위에서 밤새 광란의 파티를 즐기라고 권하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별로 그러고 싶지 않다.
청소를 하고, 잔잔한 영화를 감상하고, 독서를 하고. 마지막으로 지소쿠리클럽의 음악까지 덧붙이면 하루가 완벽하게 여유로워진다. 그러니 지친 심신을 달래고 싶은 사람이라면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지소쿠리클럽의 음악을 꺼내 보길 추천한다. 마치 피톤치드가 가득한 숲에서 숨을 크게 들이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