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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영 Sep 19. 2022

문화생활을 동경해왔습니다

엄마랑 본 영화

문화생활을 거의 하지 않는다. 전시회, 영화, 음악회, 공연. 내가 정말 이러한 것들을 좋아하는 게 맞는 걸까.  난 좋아하는 게 없는 사람이었다. 색깔로 치면 회색. 밋밋하고 자기주장이 없다. 소금이나 설탕처럼 맛을 확실히 내지 않고 뿌린 지 안 뿌렸는지 모르는 맛. 


예술을 좋아한다.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고 기타 하나만으로 울림을 주는 노래도 좋다. 한때는 연극영화과로 편입을 준비하던 입시생이었고 부모님 몰래 한 달 용돈을 학원비에 갖다부었다. 6개월을 준비하고 포기했다. 생각해보면 다 쏟아부을 만큼 간절하지 않았다. 막연히 문화생활을 동경해왔던 것 같다. 문화생활을 하면 있어 보이고 교양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내가 이런 문화생활을 동경한 이유 중 하나는 시끄러운 우리 집이기도 하다. 바람 잘 날이 없는 집. 고요하고 싶었다. 


엄마랑 둘이 처음 본 뮤지컬은 '친정엄마'였다. 어떻게 표를 구했는지 둘이 엄청 울었다는 것만 기억에 남는다. 휴일, 집에 아무도 없어서 혼자 영화 한 편 보려고 집을 나섰는데 멀리서 엄마가 보였다. 퇴근하고 오는 길. 엄마께 영화를 제안했는데 대답은 예스. 그 길로 같이 영화관으로 향했다. 솔직히 말하면 큰 감흥은 없었다. 중간중간 있는 재미요소, 배우들의 액션 연기, 영화 스케일에 끄덕이며 봤다. 중간중간 엄마를 살피는 일도 놓치지 않았다. 혹시나 지루해서 잠이 들까, 잔인해서 무서워하진 않을까 하고.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문화생활을 하고 싶다. 새로 개봉한 영화가 재미있다면 찾아보고.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도 놓치지 말고. 더불어, 먹고 사느라 나보다 더 문화생활은 할 수 없었던 엄마와 조금 더 같이 나누고 싶다. 살아계실 때 좀 더 같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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