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2022. 04. 20

by 로라윤

‘남몰래’


사람들은 남몰래하는 게 있을까?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땐 ‘솔직’ 한 것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금도 거짓말은 너무 어렵다. 남몰래 뭔가를 한다는 건 나에게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선의의 거짓말이던 숨기는 것이던 누군가에게는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거니까. 그랬던 내가 남몰래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처음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는 적잖이 놀랐다. 사회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인성이 별로인 사람이 많다는 것. 인성이 별로인 사람들이 배척되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실제로는 대세라는 것. 이것이 어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서 생기는 것임을 시간이 많이 지나서야 알았다. 세상에는 완벽하거나 완전한 것은 없다. 삶은 완성해 나가는 것이지 완성된 삶을 쟁취하는 것이 아니다. 그 완성도를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자신을 제삼자의 입장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남몰래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나를 제삼자의 입장으로 보게 된 계기였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을 시기 질투하며 깔아뭉개려고 하는 내 모습이 추악해 보였다. 나의 그런 모습을 인정하게 만들었던 계기. 그게 남몰래 쓰던 글이었다. 나는 한 번도 책을 내고 싶다거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가까운 사람들이 책을 내는 모습이 배가 아팠다. 그게 내 장점 중 2가지를 깨웠다. 벤치마킹을 잘한다는 것과 다짐한 것을 밀어붙이는 행동력. 이 두 가지로 첫 책의 원고를 6개월 만에 완성시켰다. 책이 계약이 되고 출간되기 전까지 남몰래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했고 많이 멀어졌다. 그래서 나의 인생은 간호사가 되기 전과 후, 책을 쓰기 전과 후로 많이 바뀌었다.


그런 내가 요즘 남몰래하는 것이 많아졌다. 어쩌면 남몰래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의 생각과 단상을 SNS에 무자비로 올리기에. 삶을 어떻게 완성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나는 어떤 여자로 늙어가고 싶은지.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지. 어떤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될지. 여러 개의 점을 찍으며 선으로 만들어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꿈을 꾼다. 결국 그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이루어질 때까지 남몰래 갈고닦을 거니까. 몸뚱아리가 제발 따라주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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