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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트 Nov 25. 2017

괜찮아, 같이 시 읽자

책 “괜찮아, 내가 시 읽어줄게”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교과서에서 밋밋하게 형광펜 쳐가며 읽어가는 시 구절이 어느 날 훅하고 와닿을 때. 또는, 시라는 것은 살면서 생각해보지도, 생각해보고 싶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문득 유명한 시의 한 구절이 발길을 붙잡을 때. 시에 대해 잘 모르는 나에게 시란 그런 것이다. 한 번 제대로 접해봤으면 하는데 통 손이 안 가는 것. 낯간지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어디서 어떻게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것. 어떨 땐 다섯 줄의 시가 다섯 장의 딱딱한 글보다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길을 가며 만나는 몇 가지 시 구절에 발길을 멈추고 짧은 문장을 하염없이 들여다보곤 한다. 이 책은 단 한번이라도, 시와 접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시의 입문서'로 접하기 좋은 책이다. 시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더라도, 친절하고 다정하게 시 읽어주는 작가의 메시지를 곰곰이 따라 읽어가다 보면 어렴풋이 안개로만 흐트러져있던 시에 대한 느낌들이 정갈한 언어들로 정리되어 다가온다. 그렇게 작가의 코멘트를 따라 시를 읽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작가와 같이 또는 작가와 다르게 시를 소화해나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둥글어져야지, 헤어지는 연습을 해야지,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는 세 부분도 매력적이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약하고 약해서 꼭 힘들고 지칠 때 시를 찾고 싶어지므로. 나 자신이 너무나도 날카롭게 느껴질 때, 나 자신이 헤어질 준비가 안 되어있다고 느껴질 때, 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숨조차도 잠시 낮추어버리고 싶을 때. 시에 손을 내밀어 보자. 괜찮다고, 시를 읽어주는 사람에게 잠시 손길을 맡기고 차근차근 읽어내려 보자. 마음속에 다정한 시간이 가득 차오를 것이다.



(사진: 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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