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두 번 바람+a핀 남편과 사는 아내의 일기
두 번 바람핀 남편의 아내라는 주홍글씨
10. 10 밤 자려고 누웠다가...
처음 남편의 외도를 알았을 때
오로지 신속한 이혼만이 떠오르는 답이었다.
그때는 애들이 젖먹이였으니 애들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절대 양립이 안 되는 개념에 욱해서
눈에 보이는 게 없이 용감했다.
갑자기 닥친 일에 아무런 계획도 없고,
당장 애들과 살 준비가 전혀 없었어도
어쨌든 절대 바람피운 남편과는 무조건 안 될 일이었다.
나의 단호한 뜻은 남편의 완고한 거절에
막혀 무너지고 이혼을 포기했다.
그러고 3년이었다.
속이 끓고, 닳고, 아린 시간이.
남편의 바람에 대한 생각 없이
제정신으로 잠들기 시작한 시간이.
끓던 속이 가라앉은 자리에 차가운 기운이 서렸다. 소통을 위한 시도들이 번번이 무너지면서, 신뢰도 기대도 사라진 자리에 무관심과 외로움이 남았다.
명상을 붙잡고 견뎌냈던 시간들.
몇 년 후 두 번째 외도를 알았을 때는 어쨌던가?
이혼이란 수가 제일 먼저 떠올라도 이번엔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애들이 사춘기였다.
나 또한 경제적 준비가 되지 않았고,
이대로 완전히 놓는 선택지 앞에
결혼에 대해 여태껏 놓쳐 왔던 것들이 아쉬웠다.
아마도 결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지 싶다.
결혼 18년 차에 이혼 결정을 앞두고
이제야 빈틈이 보였다.
나에게 결혼은 무엇이었나?
내가 원했던 모습은 무엇이었나?
그럼 왜 그렇게 살아왔을까?
빈틈 속에서 이제야 의문이 올라온다.
의문 앞에서, 아쉬움과 부족함 속에서
막내가 성년이 되는 3년 뒤로 이혼 결정을 보류했다.
이혼은 언제든 할 수 있으나,
아쉬움은 지금을 놓치면 채울 수 없을 테니까.
그리 결정하고도 가슴에는 무거운 돌덩이가 앉았다.
두 번이나 바람핀 남편의 아내로 계속 살아간다는 사실이 마치 내 가슴에 주홍글씨가 뜨겁게 낙인찍힌 것마냥 수치스럽고 거슬렸다.
오죽하면 남편이 두 번이나 바람 폈는데도
못 헤어지고 붙어 산대?
어디가 모자라도 크게 모자란 여자인가 봐.
이런 눈빛으로 날 보는 사람들이
둘러싼 세상에 갇힌 기분이랄까?
가슴에 붉게 찍힌 [남편을 두 번이나 빼앗긴 여자]라는 명찰을 누군가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가시가 되어 찌른다.
여자로서 패배감이 든다.
이런 놈을 몰라 본 내 눈이 못마땅하다.
자존심이 와그작와그작 씹히는 소리가 들린다.
여자로서 작아진다.
왜소해진다.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작은 나룻배에 홀로 탄 채
폭풍우 속에서 표류하며 캄캄한 밤을 견디던 날들 중,
내일 아침에 눈이 안 떠졌으면 하고 바라는 밤도 있었다.
나는 왜 이런 모습으로 살게 되었을까?
내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남편의 외도들로 나 자신과의 만남이 치열해졌다.
나의 진심을 만나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