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읽기
다른 보통의 고래들과는 달리 너무 높은 주파수인 52헤르츠로 노래하기 때문에
아무도 그 고래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엄마고래와 아빠고래조차 고래의 노랫소리를 듣지 못하고,
부모가 떠난 후 만난 소녀고래조차 그 외로운 노랫소리를 알아듣지 못한다.
심지어 -고래의 먹잇감일-작은 물고기들만 그 주파수를 알아채고 도망갈 수 있었다니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나도 그런 외로운 고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에 가끔 스토리를 올린다.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기능이 재미있고 은근히 유용하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올리면 누가 그 스토리를 조회했는지 알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대부분의 경우 내 일상을 공유하는 맛에 취해 아무렇게나 사진을 올리곤 하지만, 가끔은 그 사진을 특정한 어떤 이가 볼 거라고 기대하면서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몇시간이 지나 스토리에 들어가봤을때, 내가 기대했던 사람은 아직 내 스토리를 읽지 않았고 팔로우목록에 있다는 것조차 잊고 있었던, 왠지 그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조금은 불편한 사람의 아이디가 떡하니 보였을 때.
어쩐지 그때가 떠올랐다.
스토리라는 건 하나의 예시일 뿐.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하는 이는 귀를 닫고 있고, 내게 관심을 꺼주었으면 하는 사람은 내 말을 기다리고 있던 많은 순간들에 대한 기억.
같은 언어로 대화를 하는 사람을 어렵게 만났다한들, 타이밍까지 맞아떨어지는 기적은 거의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고래가 특별히 불쌍하다고 느껴지지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