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이윤호 Jan 18. 2023

[교섭 vs 유령] 화끈하고 감동적이다.(유령편)

유령은 일제강점기 경성에서 항일조직의 스파이인 '유령'이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가 '유령'으로 추정되는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쥰지(설경구), 통신과 직원 백호(김동희), 암호문 기록 담당 차경(이하늬), 정무총감 비서 유리코(박소담), 암호 해독 담당 천계장(서현우)을 외딴 호텔에 가둬놓고 누가 '유령'인지 추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고 있다. 마이지아 작가의 소설 '풍성' 원작인 '유령'은 <독전>의 이해영 감독님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를 본 후, 나의 개인적인 평점은 4.5/5.0 이다

항일 조직에 대한 작품은 '유령'말고도 전지현 주연의 암살, 최근 개봉한 정성화, 김고은 주연의 영웅 등등 뛰어난 작품들이 많았기에 트레일러도 보지 않았을 정도로 별로 기대를 안 했다.


초반에는 기대를 안 한 것이 다행일 정도로 조금 루즈했다. 

그리고 외딴 호텔에 '유령'일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였을 때는 '와, 마피아 게임하는거야?'라는 생각으로 흥미롭게 보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그렇게 무난하게 흘러가나 싶을 때쯤, 이하늬의 액션신에 정신이 번쩍 들었고 '중간 부분의 반전'(이 부분이 진짜 하이라이트라고 보면 된다.)이 나온 후부터는 엄청 몰입해서 봤다. 원래 초반에 별로더라도 마지막이 좋으면 결론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듯이 이 영화도 시작은 미미했지만 중간부터 끝까지 완벽했다.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제목이 왜 유령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너는 나를 절대 잡을 수 없다.' 이 대사가 아직도 기억난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대사 전달이었다. 중간중간 멋있는 구절과 뜻깊은 사자성어가 있는데 뒤에 풀이를 해주기는 하지만 그 구절과 사자성어를 기억하고 싶었던 나에게는 아래에 작은 글씨로 자막을 써줬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했던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었고 일부 대사는 귀를 쫑긋해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 옥의 티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화려한 액션과 서로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지키는 그들의 모습에 다시 한번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운동을 하셨던 분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과연 나는 그 시대에 태어났으면 그들처럼 목숨바쳐 나라를 지킬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게 해준 작품이었다.


특히

"우리를 왜 지켜주는 것입니까?"

"나라를 버리는 쪽은 그렇게 다치지 않아요, 지키는 쪽만 다치지."

이 말은 내 뼈를 때리고 간 느낌이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나라를 버리면 다치지 않는다는 것을 다들 알았을텐데 다칠 것을 알면서도 나라를 지키려고 했던 항일 운동가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중간에 나오는

"견리사의, 견위수명"

이익이 있으면 그것이 의로운 것인지 생각하고 위태로운 상황에서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한다.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쓴 논어의 글귀를 인용한 부분도 인상깊었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훨씬 재밌었고 영화가 끝난 후 내가 폭풍 검색하도록 만든 이 작품은 요즘 무슨 영화를 볼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꼭 보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교섭 vs 유령] 익숙한 향기와 아쉬운 전개(교섭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