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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Feb 07. 2024

화요일이 싫어요

유치하기 짝이 없던 투정이야기  

직장인들에게 월요일은 월요병, 화요일은 화병,,, 그냥 주말이 끝나버린 평일이 싫을 수 있다지만 프리랜서인 나에게 평일과 주말은 딱히 구분되지 않는 날이었다. 다만 '주말엔 휴식을 보장해 줘라!'라고 말하는 D양 때문에 아주 바쁜 공모기간이 아니면 주말에는 되도록 쉬려고 할 뿐.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전시관람은 주말보다 평일이 한가하기에 오히려 화요일과 같은 요일에 전시를 즐기기 좋다.


'남들 일하는 시간에 놀기.' 이게 은근히 묘하게 쏠쏠한 기분이 든다.





이런 내가 싫어하게 된 요일이 바로 '화요일'이다.

그 사람이 일주일 중 유일하게 쉬는 하루. 나는 그 화요일을 제일 싫어했다. 


이유가 너무 하찮아 '써야 할까,,?' 고민했지만 요즘 딱히 쓰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 상태에서 문득 이 이야기가 떠올라 주저리 털어놓는 비밀 같은 이야기다.


위에 말했듯 화요일은 그 남자의 유일한 휴일이다.  한참 마음과 머리, 이성과 감성이 치고받고 싸우던 어느 시절. 직원이 구해지지 않아 혼자 6일 내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대단하게 느껴졌었다. 쉬는 날에도 그냥 푹 쉬면 좋으련만 어떨 땐 서울의 카페들을 돌아보고 그러다 며칠 후 신메뉴를 만들어내고 (물론 그 모습들이 sns로만 알 수 있는 단편적인 모습들이겠지만) 그 모습이 대단히 멋있게 느껴져 본받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무언가를 꾸준히 진득하게 하는 것이 스스로 부족하다 느꼈던 나는 나와 반대의 모습을 선망했을지 모른다.


그러던 어느 화요일. (전에도 한 번 거론한 적이 있는 이야기지만 짝사랑의 시작 1. (brunch.co.kr))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그 사람 sns를 보다 (그때는 맞팔 중이었음으로) 어느 바에 방문한 사진을 보았다. '주류까지 판매하더니 이제는 휴일에 술공부까지 다니는구나.' 하며 쉬지 않는 그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과 걱정 반 존경 반 그렇게 양가감정을 가졌더랬다. 그런데 웬걸. 혼자가 아닌 데이트의 일종이었더랬다. 그 이후로 깨달았다. '아, 휴일에 어딘가 다니며 올리는 사진은 혼자가 아닐 수도 있는 거겠구나.'


혼자일 거란 순진한 생각과 착각. 그 어느 사이였을 것이다. 그래서 한참 짝사랑을 깨닫고 마음이 들쑥날쑥했던 시기부터 나는 어디로 갈지, 누군가를 만날지 모를 그 사람의 휴일인 화요일을 참 싫어했더랬다. (여러분 짝사랑이란 게 사람 쪼잔하게 만들고 속 좁게 만드는 하찮은 겁니다.)


그리고 결국 쌓이고 쌓였던 마음이 폭발하여 '좋아했다는' 고백을 했던 그날,,  나는 '화요일엔 차라리 종일 비나 내려버렸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했던가. 실제로 한 달 동안 화요일엔 비가 내려 3주 차엔 스스로 매우, 많이 당황했었다고 한다. 아니 왜 자꾸 그 사람과 관련해선 내가 생각하는 대로 되는 건데? ;;)



사람들에겐 '좋아하는 요일'이 아닌 '싫어하는 요일'이 정해져 있을까?

오랜만에 일을 마치고 '언어와 감정'에 관한 재미있는 책 한 권을 발견해 밑줄을 치며 읽다 오늘이 화요일 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비가 내리지 않는 화요일. 아무 죄가 없는 너를 내가 미워했으니 이제는 화해라는 걸 해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걸까. 어떤 시간들로 채우면 괜찮아질까?


오늘은 내가 그렇게도 마음 졸이며 미워하던 화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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