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탈했으면 해

안녕을 바랄 수 있게 되었을 때

by 이작가야


나는 평범한 삶이 싫었다.
평범한 하루가 지루했고 '평범한 게 제일 힘든 거야'라는 말이 들려올 때마다 그 말 자체가 진부하게 느껴졌다. 어릴 적부터 남들처럼 사는 인생이 싫었다.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퇴직하는…'

누가 정한 루트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길을 걷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한 번 사는 인생이라면 조금은 더 화려하고, 조금은 더 특별하게 살고 싶었다.


이제는 무탈한 하루가 얼마나 귀한지를 깨닫는다.


특별한 기억 하나 남지 않는 지루하고 평범한 하루.

하지만 감정싸움도 없고, 사건 사고나 슬픈 소식 없이 하루를 잘 버텨냈다는 것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이제는 아는 나이가 되어 버린다. 왜 평범한 게 제일 힘들다 했던 건지 그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누군가를 향해 ‘무탈하길’ 바라는 마음이 사랑이라는 것도 깨닫는다.

밥은 잘 챙겨 먹었는지 잠은 푹 잤는지 묻는 평범한 질문 속에도 ‘아무 일도 없이, 잘 지냈기를’ 바라는 마음이 숨어 있다. 너의 하루가 부디 무탈하길 바라는 바람이 담겨진다. 아무 애정도 없다면 그 사람의 하루가 어땠는지는 궁금하지 않겠지.

그래서였을까. 무심하게 지나쳤던 아이유의 밤편지가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하곤 몇 번을 곱씹으며 가사를 반복했을 땐 이미 늦었음을 인지한다.







친구들의 좋은 소식에 진심으로 축하할 줄 아는 내가, 사람들의 장점을 곧잘 알아보고 말해줄 수 있는 내가

나는 좋았다.


그런데 사랑을 하면 왜 이토록 옹졸해지는 걸까.

남일엔 무심하던 내가, 모든 것이 궁금해지는 오지랖 넓은 사람이, 질투에 눈먼 장님이 되기도 했다.

나는 하루빨리 좋은 사람을 만나도 넌 그러지 말라며 저주를 퍼붓는 마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쿵. 하고 내려앉던 마음도 조금은 조용히 가라앉는다. '그래, 그 사람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아.' 하며 그렇게 조금씩 너의 행복을 바라게 되었다.


나랑 상관없이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 생겨나는 걸 느꼈다.

어쩌면,

그게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