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우린 어떻게 될까
결혼하고 미국에 사는 남편을 따라 이사 올 땐 유학시절과 다르게 마음이 이상했다.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이었는데 그 마음에는 슬픔도 있었다. 한창 커리어에 욕심이 있을 때 모든 걸 내려놓고 미국으로 왔기 때문에 미국에서 일을 할 수 없는 신분인 나에겐 곤욕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뭐라도 하고 싶어서 음식점에서 현금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고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봉사도 하며 지냈다. 차로 2시간 거리에 사는 시댁 식구들과 왕래가 잦았다. 그럴 때마다 한국에 있는 엄마 아빠가 생각났다. 생각했던 거보다 외롭고 공허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점점 작아져만 갔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2년 만이다. '방문'했다는 말이 슬프게 다가온다. 미국에서 나는 이방인인데 이제 한국도 '방문'하는 입장이 되어버리니 나의 안식처가 사라진 느낌이다. 회사일로 바쁜 남편은 한국에 오지 못했다. 그동안 많이 지쳐있었던 걸까 한국에 도착하니 숨통이 트이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떨어져 있는 우리는 여김 없이 싸웠다. 어떤 말을 해도 대화로 이어지지 않아 나는 답장을 안 했다. 아니 못했다. 그렇게 한국에서 지내는 2달 동안 서로 연락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시간은 야속하게 빠르게 흘러갔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날이 돌아왔다. 공항에서 덤덤하게 엄마 아빠와 인사를 나눴다.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너무나 느껴졌지만 우리는 그 모든 감정들을 숨긴 채 덤덤하게 작별을 고했다.
'엄마, 아빠 안녕.. 나 잘 지낼 수 있겠지...'
뜬눈으로 10시간 이상의 긴 비행 끝에 공항에 도착한 나.
입국 심사를 하는데 남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비자인지 등 여러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처음으로 다른 방으로 불려 갔다. 마음도 착잡한데 입국심사마저 제대로 나를 걸고넘어지는구나.
'아, 나는 여기에 속한 사람이 아니었지. 재수 없는 미국 놈들.'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편을 만나고 우리는 제대로 된 인사를 나누지도 않은 채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무런 대화 없이 집에 오는 내내 정적만 흘렀다.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걸까.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집에 왔다.
숨 막히는 이 관계.
앞으로 우린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