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社史)란 말 그대로 기업의 역사를 말한다.
10년 이상의 연혁을 가진 기업들은 회사가 걸어온 발자취를 정리함과 동시에 동종 업계의 선두주자로서 위상을 정립하고 이를 문헌으로 남기고자 기업의 역사서를 편찬한다. 이는 국가가 역사서를 편찬하여 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기술하고 미래를 도약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기업은 창립에서 현재까지의 기업 역사를 체계화시킴으로서 창업주와 경영진의 경영 철학을 가시화 시키며 사원들의 애사심을 고취 및 단결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기업의 이미지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각 기업들은 사사를 편찬하고자 노력하나 아직 국내에는 사사를 편찬하는 전문가가 별로 없기 때문에 대체로 아웃소싱 업체에 맡겨 사사를 편찬하거나 기업 내부의 홍보팀에서 자체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이 장에서 굳이 기업의 사사에 대해 다루는 이유는, 사사 역시 잡지의 한 분야이므로 잡지기자들이 얼마든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단 사사의 정의를 짚어 보았으므로 다음에는 사사의 기획 방법과 각 기획의 절차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사사를 만들기로 결정했다면 우선, 해야 할 일은 편찬조직을 구성하는 것이다. 다음 집필 주체를 외부 인력으로 할 것인지 내부에서 해결할 것인지 결정한 다음 제작 사양과 제작비용을 뽑아 본다. 예산까지 확정되었다면 다음으로 할 일은 구성과 화보를 배치하고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다.
편찬조직 구성 → 집필 주체 결정 → 제작 사양과 제작비의 결정 → 구성과 화보 배치
사사 편찬조직은 사내 조직, 대행사 조직, 합동 조직으로 구분된다. 사내 조직으로는 편찬위원회, 실무위원회, 실무팀이 구성되며, 실무팀 및 대행사 합동조직으로는 사사편찬팀이 구성된다. 그 밖에 사사편찬을 지원하기 위한 대행사 조직으로는 집필팀, 기획팀, 디자인팀, 사진팀 등이 있다.
사사를 편찬하기 전에 이러한 조직을 구성하는 것은 보다 체계적인 기획을 위해서이다. 잡지나 신문, 사보에서와 마찬가지로 사사 역시 기획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사사를 편찬하기 전에는 사전에 치밀하게 협조 조직을 구성한 다음 구체적인 계획 수립에 들어가게 된다.
사사를 기획할 때는 크게 편찬방침, 서술체제, 외형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다각적으로 검토, 결정하여야 한다. 다방면의 검토를 통하여 편찬일정을 수립하고 예산을 확정하였다면 일단 기본적인 골격은 세워진 셈, 여기까지의 작업이 완료되었다면 다음으로 편찬조직이 해야 할 일은 편찬방침을 결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편찬 방침이란 기업의 사료적 측면에 충실하게 글을 쓸 것인지, 독자를 위한 가독성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쓸 것인지를 결정하고 사사를 회사 보관 자료로만 비치할 것인지 대중에게 보급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집필 주체를 결정하는 일은 결국 원고를 누가 쓸 것인가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대행업체 및 집필자를 선정하는 과정을 뜻한다.
원고는 보통 사내 다수 집필자가 1차 원고를 쓰고 실무팀 또는 집필자 중 일부가 원고를 다듬는 방식을 취하거나, 사내 다수 집필자가 1차 원고를 쓰고 외부 문필가 또는 전문 집필자가 윤필을 하는 방식 또는 외부 전문집필자 동참 아래 사내 각 부서에서 기초 원고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전문 집필자가 원고를 작성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사사의 제작은 대부분 대행업체를 통해서 하므로 집필자 선정과 같은 시기에 편집디자인 대행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인쇄업체나 제본업체는 추후에 선정하더라도 상관없다.
사사의 외형 요소는 판형, 전체 지면수(본문, 화보, 부록), 본문의 색도수(단색, 2색, 원색), 용지, 제본 형태, 발간부수 등이며, 편집디자인과 사진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난다. 또 화보나 자료 편을 별책으로 할 것인지도 이 단계에서 결정한다.
사사는 크게 본문, 화보, 부록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의 분량을 어느 정도로 하고 어떻게 꾸미고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에 따라 사사의 느낌이 크게 달라진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구성 형태는 다음과 같다.
● 권두화보 - 연혁 - 현황 - 비전 - 부록
● 이미지화보 및 연혁화보 - 연혁 - 비전 - 현황화보 - 현황 - 부록
● 이미지화보 - 연력 - 현황 - 비전 - 연혁화보 - 현황화보 - 부록
본격적인 사사 만들기가 시자작되면 집필진 및 사사편찬팀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업의 가연표를 작성하는 일이다. 연표는 사건발생 사실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해 놓은 표이고, 가연표는 연표가 확정되기 전의 도표를 말한다.
사사편찬에 앞서 가연표를 먼저 작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본문 구성상 기초 자료로서의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즉 회사의 크고 작은 사건이 연월일 순으로 모두 기록된 가연표는 가목차 작성과 본문 서술 체제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토대가 되며, 연표에 나타난 항목들은 추후 세부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데 나침반 역할까지 한다.
가연표 작성이 끝났다면 다음으로 할 일은 가목차를 작성하는 일. 가목차란 원고 집필에 앞서 미리 짜놓은 줄거리 목차와, 원고 집필이 진행되는 동안에 작성되는 미확정 목차를 말한다.
이는 집필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밑그림 그리기의 한 가지로 사사를 편찬함에 있어 집필자와 실무팀 간의 시각차를 좁히는데 유용한 자료로 쓰인다. 가목차까지 작성이 되었다면 이제 남은 것은 본격적인 사사 구성과 집필일 것이다.
사사는 크게 화보, 본문, 부록으로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본문은 다시 산업사, 창업 전사, 연혁, 부문사, 현황, 비전 등 회사의 발전 단계별로 구분된다. 참고로 국내에서 발간된 사사의 발전단계 구분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 창업 이후의 발전과정을 탄생 - 성장 - 변화 - 완숙에 이르는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구분한다.
● 발전단계 구분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따른 경영환경의 변화와, 이에 대한 기업의 대응전략과 결과를 반영하고 있다.
●사업영역 확장 또는 제품의 다각화, 사업규모의 확대를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발전단계를 4~6단계 정도로 구분하고 있으며, 각 단계의 1기간은 10년 사인가 100년 사인가 등 경년 수에 따라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1970년대까지 발간된 사사에서는 각 발전단계의 구분방식에 정형화된 틀을 유지하고 있으나, 1980년대 이후 점차 기존 틀을 벗어나고 있다.
자, 본문 구성까지 끝났다면 다음으로 할 일은 무엇일까?
그렇다. 다음으로 할 일은 바로 자료 찾기. 가목차가 작성되고 내용이 구성되었다면 이에 맞는 자료를 찾아나서야 한다. 이 과정은 사사원고의 질을 결정한다고 말할 만큼 중요한 것이다.
수집 자료의 대상은 회사 창립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사내외 자료, 개인소장자료, 정부 및 유관단체 자료, 국제정보자료, 각종 행사자료 등 직간접적 자료 모두를 포함한다. 우선 가까운 곳에 있는 사내자료부터 챙긴 다음 사외자료 찾기를 병행하는 게 순서다. 사내자료 찾기의 성패는 자료창고에 보관중인 자료의 질과 양에 달려 있다.
캐비닛이나 서가, 바닥에 뒤엉켜 있는 자료를 시기별·내용별로 분류하여 정리하고, 사내 임직원들로부터 자료를 수집한다. 방대한 자료에 대해 그 옥석을 가려내는 일은 집필자의 몫이다. 또 사외자료 수입을 위해 도서관이나 관련단체, 신문사, 잡지사, 관공서를 방문하고, 전직 임직원 인터뷰 일정을 수립한다.